‘특권의식’ 기무사, 성매매-횡령도 뭉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국군기무사령부 예하 부대의 간부들이 성매매와 공금횡령, 음주운전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게 됐다. 이들의 위법행위를 확인하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축소 은폐한 다른 간부와 부대 지휘관들도 징계를 받게 됐다.

30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따르면 경기 양평군의 모 기무부대 소속 A 중령과 B 준위는 2010년 6월 술집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자 민간인 친구 2명이 성매매를 한 것처럼 위장해 대신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기무사는 올 5월 내부감찰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도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고, 내부 인사조치로 무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 송파구의 모 기무부대 소속 C 중사가 지난해 4500여만 원의 부대 예산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지만 기무사는 사법처리하지 않고 원대복귀 등 인사조치로 종결 처리했다. 지난달 1일엔 대구의 모 기무부대 소속 D 중령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지만 보직해임 뒤 별도의 사법처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이 같은 수사 결과에 따라 A 중령과 B 준위는 성매매 및 범인 도피 교사, C 중사는 횡령 및 군무이탈, D 중령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도록 군 검찰에 이첩했다.

아울러 C 중사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같은 부대 소속 E 원사를 횡령방조 혐의로 군 검찰에 고발하고, A 중령 등의 범죄행위를 알고도 내부 인사조치로 처리하도록 상부에 건의한 영관급 장교 3명을 징계 조치하도록 했다.

군 안팎에선 군내 권력기관인 기무사의 뿌리 깊은 특권의식과 잘못된 관행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선 부대에선 간부가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사건을 조작한 혐의가 적발되면 즉시 군 검찰에서 철저한 조사를 거쳐 사법처리의 수순을 밟게 된다. 하지만 기무사는 부대의 위상이 실추된다는 이유로 비위를 저지른 당사자들을 소속부대로 원대 복귀시키는 인사조치로 사건을 내부 종결하는 관행을 고수해왔다.

기무사는 비위를 저지르거나 물의를 일으킨 간부들을 기무사 전입 전 각군 소속부대로 돌려보내는 것만으로도 진급기회 상실 등 징벌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면책특권’에 준하는 특권적 관행이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군 관계자는 “원대복귀가 징계라는 주장은 군내 처벌제도의 형평성에 위배되는 특권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시대에 뒤처진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무사 수뇌부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논란도 일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배득식 기무사령관(육군 중장)에게 구두경고를 하고, 예하 참모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엄중한 사안을 인사조치로 무마하도록 수뇌부에 건의한 참모들의 잘못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하지만 위법행위를 한 간부들을 인사조치로 내부 종결한다는 보고를 최종승인한 배 사령관의 책임이 더 크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배 사령관에 대한 문책과 함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무사에 대한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기무사#성매매#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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