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원이면 개인정보 100% 복원” 전문업체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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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1일 03시 00분


복원 프로그램 버젓이 유통… 범죄 악용될 가능성 높아

한 데이터 복원업체가 인터넷에 올린 광고. 복원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종류와 다양한 복원서비스를 명시해 눈길을 끈다. 인터넷 화면 캡처
한 데이터 복원업체가 인터넷에 올린 광고. 복원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종류와 다양한 복원서비스를 명시해 눈길을 끈다. 인터넷 화면 캡처
기자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중고폰을 복원하는 데는 채 5분도 안 걸렸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는 데이터 복원 프로그램을 활용했는데 전문가가 아니어도 어렵지 않았다.

복원을 마친 중고폰의 사진 파일에는 2월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할 목적으로 통신사에 보낸 주민등록증 사진, 열쇠카드(인터넷뱅킹에 필요한 일련번호 카드)는 물론이고 전 소유자의 결혼식 사진도 들어 있었다. 택배업체에 소비자 불편을 호소하는 문자메시지 내용도 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받고 전화번호부, 메모장, 일정표처럼 상대적으로 복원하기 힘든 파일을 복원해 주는 전문 업체도 생겼다. 이들 중 일부는 중고 스마트폰 판매상을 도와 개인정보를 살려내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는다.

○ “완전 초기화해도 하루 이틀이면 복원”

복원 전문업체를 찾는 것도 쉬웠다. 포털 사이트에서 ‘스마트폰 데이터 복구’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업체가 줄줄이 뜬다. 서울 강남구의 한 데이터 복구업체 직원은 “선불로 5만5000원을 내면 작업에 들어간다. 나머지는 복원된 결과를 보고 결제하면 된다”며 “전화번호부, 문자메시지, 메모장, 일정표까지 다 복원하면 13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물론 개인정보 복원이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수로 삭제한 스마트폰 데이터를 복원해 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부 전문업체는 복원을 의뢰하는 사람이 실제 스마트폰의 주인인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아 스마트폰 개인정보 유출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었다.

복원 전문업체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완전 초기화해도 하루 이틀 정도면 모두 복원할 수 있다”며 “일선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면 개인정보가 복원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은 모두 장삿속에서 비롯된 거짓말”이라고 했다.

○ 안드로이드폰만 복원되는 까닭은

직접 업체를 방문하지 않아도 누구나 삭제된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 개인정보를 복원할 수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인 플래시메모리의 내구성을 감안해 근본적으로 데이터 완전삭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완전삭제 작업을 반복하면 스마트폰 메모리의 수명이 빨리 저하되고, 이는 결국 스마트폰 부품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제품은 운영체제가 ‘iOS’로 일관된 반면에 무료로 제공되는 안드로이드 OS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제각각 변환해 쓴다. 이 때문에 일일이 보안 기능을 넣기 어렵다는 점도 안드로이드 OS가 데이터 완전삭제 기능을 넣지 않은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구글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시급히 협력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스마트폰#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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