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느림보 행정’에 속타는 울산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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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일 03시 00분


정재락 기자
정재락 기자
‘울산 상수원에서 발암물질 검출’

지난달 29일 울산지역 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전날인 28일 오전 6시 33분 모 뉴스 통신사에서 처음 기사를 띄웠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의 조사 결과가 출처였다. ‘울산의 상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의 물에서 벤조(a)피렌과 벤조플로란센 등 1급 발암성 물질이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L당 400∼600ng(나노그램) 검출됐다. 이는 세계보건환경기구(WHO)가 정한 기준치(L당 700ng)에 육박하는 수치다. 3곳에서는 미국 주거지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다’는 것이 보도 요지다. 130만 울산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면 이는 엄청난 사건이다.

그러나 이 보도는 최 교수의 조사 결과에서 수치를 잘못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가 이 사실을 즉각 해명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의 거듭된 요구가 있고 나서야 29일 오후 3시경 담당 과장과 국장, 상수도사업본부장 등이 프레스센터를 찾아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최 교수의 해명자료는 30일 오전에야 나왔다. 만약 통신에 처음 보도된 뒤 즉각 진상을 파악해 언론에 알렸다면 ‘울산 상수원에서 발암물질 검출’이라는 충격적인 기사는 널리 퍼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뿐 아니다. 30일 오전 9시 51분경 울산의 한 하수처리장에서 펌프 수리 작업을 하다 추락한 근로자 1명과 그를 구조하던 소방관 1명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사건 개요와 순직 소방관 신원 등은 사건 발생 6시간여 만인 오후 4시경 발표됐다.

19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 박맹우 시장이 일부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할 시간을 더 달라”며 항의하다 경고를 받았다. 국감이 끝난 뒤 박 시장이 어떤 내용을 더 설명하려다 경고를 받았는지, 울산시 형편을 설명해 주는 참모는 없었다.

역점사업 추진도 거북이걸음이다. 울산과 접한 경남 밀양의 얼음골에 9월 22일 개통된 케이블카는 많은 관람객이 몰리면서 한참을 기다려야 탈 수 있을 정도다. 계절적인 편차는 있겠지만 ‘대박 상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밀양보다 훨씬 앞서서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세웠던 울산시는 아직도 ‘검토 중’이다. ‘느림보 행정’이 거듭되면서 울산시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덩달아 시민들 속도 타들어 간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느림보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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