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인천구간 중 송도역 인근 미개통 구역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1일 공사 현장에서 채취한 토양이 오염 기준치를 2배가량 초과한 시험 결과를 공개한 뒤 민관 합동 특별대책을 촉구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이 지난달 25일 수인선 제5공구(인천 연수구 옥련동) 내 3개 지점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kg당 3580mg(기준치 kg당 2000mg), 크실렌 농도가 kg당 96.8mg(기준치 kg당 45mg) 등으로 나타났다. 기준치를 배가량 초과한 수치다. 벤젠, 톨루엔 등의 물질은 기준치 이내였다.
수인선 지하철 공사를 위해 최근 터파기가 지하 3, 4m까지 이뤄졌는데, 기름덩이와 뒤얽힌 토양이 마구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공사장 주변을 지나칠 때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물에 섞이지 않는 기름띠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현장에서 파낸 토양을 2km가량 떨어진 용현학익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에 쌓아 놓고 있어 2차 환경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오염물질을 외부에 방출해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곳에 다시 파묻고 있는 것이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기름 냄새가 너무 심해 현장에 잠시만 있어도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날 정도”라며 “실태를 금방 확인할 수 있는데도 당국이 아무런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공사인 H건설도 현장 인부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달 4일 연수구청 환경오염 실무자가 입회한 가운데 시료 채취를 했다. 이 업체는 논란이 일자 이날 토양오염 사실을 시인했다. 5공구 현장 관리자인 J 차장은 “여러 시험 항목 중 크실렌이 기준치를 2배 이상 넘은 것으로 분석돼 공사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문제 지역은 미군이 20년간 주둔하다 1971년 이전한 곳으로, 기지 내 유류저장탱크와 가까워 2000년 초부터 토양 정화 요구가 제기돼 왔다. H건설이 공사를 마친 수인선 송도역 주변에서도 토양오염이 나타나 지난해 정화 작업을 한 바 있다.
수인선의 인천구간 17.2km 중 오이도역∼송도역 13.1km가 올 6월 개통됐고 나머지 송도역∼용현역∼인천역 사이 4.1km는 2014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송도역∼용현역 공사 구간에서 토양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미군부대 내 20여 개의 유류저장시설과 송유관에서 오랜 기간 방출됐을 기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부대는 문학산 정상을 중심으로 산기슭까지 광범위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수인선 미개통 구간은 미군부대 경계인 옥골(옥련동)과 학골(학익1동)을 지나고 있다.
기름오염 지역은 철도공사 구간 외에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해 땜질식 처방만 이뤄지고 있다. 인천시와 연수구는 2000년 초 토양오염에 대한 근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데다, 주한미군에 환경정화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의식해 오염 지역 중 1241m²가량만 정화한 바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수인선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문학산 전역에 대한 정밀 환경오염 조사를 실시할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