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슈퍼컴 도입때 계약조건 완화로 거액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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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일 03시 00분


자체 감사보고서로 드러나...도입 지체보상금 조건 완화
8개월 지연에 23억만 받아… KISTI “성능높여 되레 이익”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하면서 납품업체에 과도하게 계약 조건을 완화해 줬다가 100억 원대의 손실을 본 사실이 확인됐다.

1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이 연구원 자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과학기술 핵심 인프라인 슈퍼컴퓨터 4호기 가운데 초병렬 컴퓨팅 시스템은 2007년 12월 26일 선마이크로시스템스(오라클이 2010년에 인수)와 3050만 달러에, 대용량 컴퓨팅 시스템은 같은 해 8월 22일 IBM과 1850만 달러에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스템 부품 결함 등으로 선마이크로의 시스템은 예정일(2010년 1월 26일)보다 8개월가량(243일) 늦은 그해 9월 20일에야 도입이 완료됐다. 연구원은 이로 인해 국가 슈퍼컴퓨팅 서비스 계획이 차질을 빚자 지체보상금을 선마이크로에 요구했다.

이 연구원 슈퍼컴퓨터 도입선정위원회가 당초 제안요청서를 통해 공식 제시한 지체보상금은 ‘지체 1일당 계약금액의 1000분의 1.5’였고 선마이크로가 이를 수용해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지체보상금 1111만7250달러(약 127억 원)를 받아야 했지만 실제로는 약 23억 원(200만 달러×환율)밖에 받지 못했다. 슈퍼컴퓨터 도입실무위원회(TF)가 계약서를 문서로 작성하면서 지제보상금 상한을 ‘최고 200만 달러(계약금액의 6.56%)’로 계약조건을 완화해줬기 때문이다. 이는 당초 계약조건에 비해 100억 원 이상 적은 금액이다.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은 실무급 기구인 도입실무위가 도입선정위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계약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입실무위는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과정을 알 수 있는 공식 문서를 일절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구원은 도입실무위 김모 팀장(퇴직) 등 4명을 경고와 주의 처분하는 데 그쳤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의혹이 있다고 보고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연구원 측은 “유리한 설비 도입 조건을 맞추다 보니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며 “지체보상금은 줄었지만 컴퓨터 성능을 크게 높여 결과적으로 100억 원가량 이익을 봤다고 평가한다”고 해명했다.
:: 슈퍼컴퓨터 ::

통상 세계 500위 안에 드는 대용량 컴퓨터. 매년 유럽과 미국에서 열리는 슈퍼컴퓨터대회에서 성능 순위를 발표하는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 4호기(사진)는 도입 당시인 2009년에는 14위였지만 올해는 64위로 밀려났다. 슈퍼컴 4호기는 1초에 300조 회를 연산하는 총 성능 300테라플롭스급 초병렬컴퓨팅 시스템으로 고성능 PC 1만여 대를 동시에 구동하는 성능이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슈퍼컴#대덕연구개발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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