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경 광주지법 형사단독7부 이탄희 판사는 칼릴 지브란(1883∼1931·미국)의 ‘예언자’ 한 구절을 읽기 시작했다. 딱딱한 판결 이유만 이야기할 줄 알았던 피고인 40대 김모 씨나 방청객 모두 일순간 당황한 표정. 판사는 천천히 구절을 읽어내려 갔다.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자녀가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당신의 소유는 아닙니다.”
1923년 발간된 ‘예언자’는 일상의 문제를 조언하는 산문 시집으로 20세기 영어 책 중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고전 중의 고전이다. 김 씨는 2008년 11월경 이혼한 뒤 딸(13)을 때리기 시작했다. 유리병을 깬 뒤 그 위로 넘어뜨리거나 흉기로 위협했다. ‘술집 여자나 돼라’ ‘아무 남자나 만나 몸을 굴려라’라는 언어폭력도 도를 넘었다.
학대에 시달리던 딸은 결국 아동보호소에 3차례 신고하고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사이 이웃이 경찰에 신고해봤지만 그때뿐 아버지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와 기관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딸이 지난해 6월 아버지를 경찰에 고소했다. 딸은 엄마에게 돌아간 뒤에야 학대에서 벗어났고 인륜을 잊은 아버지는 법정에 서야 했다.
하지만 김 씨는 판사의 예언자 구절을 듣고도 “딸을 잘 양육하고 있는데 전 아내의 꼬임으로 딸이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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