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돈으로 운영되는 생협 병원… “돈 욕심에 과잉진료할 이유 없어요”
어린이집도 “부모뜻 반영”… 읽고 쓰기보다 맘껏 뛰놀게
경기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 주민 황상호 씨(55)는 매달 한 번 이 동네에 있는 ‘새안산 의원’을 찾는다. 고혈압 치료제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달 30일 오전 황 씨는 등산복 차림으로 이 병원을 방문했다.
혈압을 재고 고혈압 처방을 받는 것 외에도 시큰거리는 무릎관절부터 감기 증세 이야기까지 이 의원의 최주성 원장과 한참 대화를 나눴다. 진료시간이 길어져도 최 원장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황 씨 역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 의원은 황 씨를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의료협동조합 병원이기 때문이다.
황 씨는 “환자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병원이 생겼다고 해 3년 전 가입했다”며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 뜻을 같이하는 5명 이상이 모여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미 의료, 육아, 대학자치 등의 분야에서는 300명 이상이 모일 경우 세울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들이 전국적으로 세워져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생활협동조합 수는 288개, 조합원은 63만 명이다.
안산지역에 새안산의원을 비롯해 치과, 한의원 등을 운영하는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은 2000년 7월에 설립됐다. 2003년 1000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현재 5500여 명까지 늘었다. 이들 조합원은 최소 출자금 1만 원 이상을 내고 13명의 이사를 선출해 병원들을 운영한다.
한상운 안산의료생협 경영지원실장은 “조합원이 낸 조합비로 운영하는 만큼 항생제 과다 처방, 과잉진료 등의 염려가 없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새안산의원의 최 원장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떳떳하게 의술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육아 부문의 협동조합도 다수 활동하고 있다. 2001년 4월 안산시 상록구 일동에 설립된 ‘영차 어린이집’은 이 지역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세운 일종의 협동조합이다. 지난달 30일 이 어린이집에서 만난 송미림 교사(46·여)는 “우리 어린이집의 교육목표는 ‘아이를 아이답게 기른다’는 것”이라며 “학부모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읽기, 쓰기 등은 가르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울대와 국민대 등 30여 개 대학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학생과 교수, 교직원 등에게 싼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병원이나 교육시설 외에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도 협동조합 형태로 활발히 설립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산의료생협의 경창수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복지’를 제공한다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설립에 앞서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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