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북]선진-새누리 합당후 충청권 정치인들 ‘씁쓸’ “지역 자존심까지 사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충청지역 정치권에 대선을 앞두고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변화의 출발점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 선언. 선언 이후 선진당 소속 주요 정치인이 저마다 다른 선택에 나서 지역 정가가 뒤흔들리는 것. 이로써 1987년 김종필 씨가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한 후 연명해 온,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은 사실상 25년 만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선진당 소속 인사들의 행보는 크게 동조, 관망, 반발 등 세 갈래로 나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대선을 45일 앞둔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대선 결과에 따른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류근찬 선진당 충남도당위원장은 선진당을 탈당한 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를 밝혔다.

류 위원장은 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과는 정서가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 염원인 새로운 정권 창출을 위해 문 후보를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권선택 선진당 대전시당위원장도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권 위원장은 “(선진당이) 새누리당과 함께한다는 것은 야당 정치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고, 충청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팔아먹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선진당의 기반인 대전 충남지역 두 좌장의 이런 행보는 같은 당 시도 의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좌장의 이탈에 적어도 지방의원 20∼30명은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행을 접은 관망 세력은 야권 후보 단일화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시우 충남 보령시장은 2일 기자와 만나 “30여 년 정치생활 동안 한번도 여당을 해본 적이 없다. 새누리당과의 통합은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민의를 왜곡한 야합”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는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할지에 대해선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밖에 임영호 전 의원(대전 동구)도 최종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선진당을 탈당했다.

반면 염홍철 대전시장 등은 합당에 따라 새누리당으로 옮길 태세다. 그는 “내가 소속된 당이 움직인다면 그 뜻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재선 전 의원(대전 서구을)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지역당의 ‘침몰이자 소멸’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기만 하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청#대선#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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