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수능 D-3… 대구 팔공산 갓바위 2만명 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자식이 뭔지… 입시가 뭔지, 애타는 母情 ‘850m 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닷새 앞둔 3일 오후 대구 팔공산 갓바위 ‘관봉 약사여래불’ 앞은 자녀들이 시험을 무사히 치르기를 비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경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닷새 앞둔 3일 오후 대구 팔공산 갓바위 ‘관봉 약사여래불’ 앞은 자녀들이 시험을 무사히 치르기를 비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경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해마다 이맘때면 붐비는 장소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문상기 씨(49)와 박현숙 씨(46·여) 부부가 거기 있었다. 맨 앞줄 빈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부부는 품속에서 ‘입시기도 발원문’을 꺼냈다. 대구 달서구의 집에서 차로 1시간을 달리고 가파른 산길을 40분 걸어 올라온 길.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위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부부는 두 손을 모으고 발원문을 외웠다. 간간이 절을 하며 30분을 머물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닷새 앞둔 3일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 가로 세로 20m가량 되는 부처님 앞 기도처는 꿇어앉거나 엎드린 학부모로 가득했다. 대부분 손에 염주를 꼭 쥐고 기도문이나 불경을 앞에 놓았다. 위에는 자녀들의 사진이 보였다. 대부분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 일부 학부모는 주민등록증을 복사해서 갖고 왔다.

해발 850m 산 정상에 늦가을 바람이 불면서 쌀쌀해졌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부처님 앞 기도처에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딸의 사진을 앞에 놓고 기도하던 주부는 “자녀분이 수능을 앞두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묵묵부답이었다. 한참 뒤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차분하게 기도드리고 싶다.” 애끓는 모정(母情)은 낯선 이로 인해 부정을 탈까봐 걱정했다.

갓바위 부처님은 자연석 화강암이다. 정식 명칭은 ‘팔공산 선본사 관봉 약사여래불’. 보물 431호로 4m 높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한 번 절하고 한 번 정으로 쪼는 ‘일배일정’으로 22년에 걸쳐 지어냈다는 불상.

갓바위 부처님이란 별명은 머리에 이고 있는 갓 모양의 자연판석에서 나왔다. 동아일보의 첫 보도(1962년)로 알려졌다. 입시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길이 이어졌다.

수능 등 대학 입시가 본격화하면 학부모의 발길이 더욱 늘어난다.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에 따르면 수능을 앞둔 최근에는 평일 4000∼5000명, 주말 2만여 명의 기도객이 몰린다. 영험하다는 부처님이 자녀를 합격시켜 주기를 기원하면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오후 5시. 문 씨 부부는 산을 내려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얘기했다. “초등학교 이후 12년 동안 공부한 아들이 실력을 다 발휘하고 돌아오길 빌었다.”

경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수능#팔공산#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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