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울산 중구 A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에서 이 같은 멘트를 날린 사회자는 교무부장도, 체육교사도 아니었다. 레크리에이션 전문강사였다. 전교생 850여 명인 이 학교는 1963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M이벤트 전문업체에 맡겨 운동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팀별 구호나 율동을 따로 연습하지 않았지만 사회자와 진행보조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울산에서만 14번 운동회를 진행했다. 비용은 회당 200만∼300만 원.
올해 5월 열렸던 서울 광진구의 B초등학교 운동회도 장소만 학교일 뿐 전문 이벤트를 연상시켰다. 운동장에는 경기에 사용될 지구 모양의 대형 애드벌룬과 작은 공을 몰 때 사용할 1m짜리 주걱 등 레크리에이션 도구가 가득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든 오자미나 박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업체가 만들어온 장비와 도구로 운동회가 진행됐다. 학부모 김모 씨(43·여)는 “운동회라기보다는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이벤트 전문업체에 운동회를 맡긴 전국의 초등학교는 587개 학교로 전체 10개 학교 중 1곳이다. 지난해는 전체 8.8%인 518개 학교가 이벤트 업체에 맡겨 ‘위탁운동회’를 진행했다. 서울은 지난해 14개 학교에서 올해 26개 학교로 늘었고, 전남은 46개 학교에서 77개 학교로 증가했다. 특히 울산은 전체 119개 학교 중 34개 학교가 올해 위탁운동회를 진행했다.
B초등학교 교감은 “교사가 운동회를 준비하면 수업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시간을 없애기보다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 초등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방과후 학원에 가야 해서 예전처럼 운동회를 미리 준비할 시간이 없어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벤트 업체는 흥미 위주로 운동회를 진행할 뿐이라 심신단련이라는 운동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B초등학교 4학년 김모 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은 몇 주 전부터 학교에서 신나게 운동회를 준비했지만 우리는 운동회 날 하루만 시키는 대로 논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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