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청천동 물류창고 이랜드월드 지하 2층에서 2일 발생한 화재를 다음 날까지 진압하던 도중 숨진 김영수 소방경(54·부평소방서 갈산 119안전센터 부센터장)의 빈소가 마련된 인천 중구 신흥동 인하대병원 영안실. 4일 기자가 찾은 빈소에서는 김 소방경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지인들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50대의 나이에 늦깎이 결혼을 한 김 소방경은 한창 신혼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결혼이 늦은 것은 평소 지병이 있던 어머니를 그가 모시고 살았기 때문. 김 소방경은 형들과 누나가 있었지만 아픈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결혼도 미루고 수발을 든 효자였다.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지인의 소개로 짝을 만난 그는 아내(54)와 함께 평소 소원이던 성지 순례를 떠날 계획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모 교회 전도사인 그의 아내는 김 소방경의 믿음과 성실함이 마음에 들어 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나 김영선 씨(65)는 “이제 신혼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이제야 재미있게 사는가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소방경의 부인은 날벼락 같은 사고 소식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는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통해 홀몸노인을 돕거나 보육원을 찾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봉사활동도 활발히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도 두터웠다.
동료인 김광균 소방장(41)은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 한 정 많았던 선배”라며 “항상 가장 앞장서서 화재를 진압했고 늦게까지 현장을 지켰다”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기억했다.
김 소방경의 마지막은 솔선수범하는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2일 밤 발생한 화재 현장 지휘자였던 그는 가장 먼저 현장에 뛰어들었다. 7시간여가 지난 다음 날에도 현장에 끝까지 남아 잔불 제거 작업을 하다가 그만 변을 당했다. 소방 당국은 고인이 유독가스가 깔린 현장에서 길을 잃은 채 공기호흡기의 공기 부족으로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관들에게 화재 현장은 목숨을 담보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번 사고도 안전을 생각하지 않은 업체 측이 방대한 장소에 산더미처럼 물건을 쌓아 뒀다가 벌어졌다. 매번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누군가 이 때문에 희생을 당해야 잠시 소란스러울 뿐 금세 잠잠해진다.
이날 영안실에는 동료 소방관과 정치권 인사 등 2000여 명이 찾아 그의 아름다운 삶을 애도했다. 영결식은 5일 오전 9시 부평소방서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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