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불량 조각가 탓에… 울산 공업탑 ‘철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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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청동 대신 철 써 녹물 줄줄… 제작비 2000만원 ‘꿀꺽’

울산 공업탑 맨 위에 설치된 지구본을 재설치하면서 청동 대신 철을 사용해 녹물이 흘러내리자 울산시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올 7월 크레인을 타고 지구본을 살펴보고 있다. 이 지구본은 청동으로 다시 만들어 설치했다. 동아일보DB
울산 공업탑 맨 위에 설치된 지구본을 재설치하면서 청동 대신 철을 사용해 녹물이 흘러내리자 울산시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올 7월 크레인을 타고 지구본을 살펴보고 있다. 이 지구본은 청동으로 다시 만들어 설치했다. 동아일보DB
“철로 일어선 울산의 심장에 녹물이 흐르는 느낌입니다.”

1967년 4월 조성된 뒤 40여 년간 울산의 상징이자 자긍심이 됐던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 하지만 이 공업탑의 지구본이 2010년 재정비 과정에서 부실 시공된 사실이 알려지고 결국 제작자인 박모 씨(82·충남 청양군)가 5일 경찰에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울산 시민들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높이 25m, 폭 8.8m의 이 공업탑은 울산이 1962년 1월 특정공업지구(공업특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상징하는 5개의 철근콘크리트 기둥 위에 평화를 상징하는 지름 1m의 지구본을 얹었다. 박 씨는 공업탑을 설계하고 제작한 공로로 2009년 10월 명예 울산시민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심해지자 2010년 8월 울산시는 공업탑을 재정비하기로 하고 H 조경에 사업을 맡겼다. H 조경은 지구본 교체를 최초 제작자인 박 씨에게 의뢰했다. 문제는 박 씨가 계약 조건인 청동이 아닌 철로 지구본을 만든 것. 지난해 11월 재설치된 지구본에서는 이후 비만 내리면 녹물이 줄줄 흘렀다.

보다 못한 울산의 한 시민이 경찰청 홈페이지에 박 씨를 처벌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박 씨의 비리가 드러났다. 박 씨는 경찰에서 “지구본을 철로 만들어 청동 도금을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철로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청동으로 지구본을 새로 만들어 올 9월 다시 설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6400만 원을 받고 청동 지구본 제작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청동은 재료비만 3500만 원이지만 철은 1500만 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철로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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