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짝퉁 부품보증서 전문위조단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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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 ‘인증 대행업체’ 의혹 쏠려


원자력발전소 ‘미검증 부품’ 사용 사태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업체들이 부품보증서를 발급받을 때 대행업체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문 위조단’의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적으로 부품보증서를 위조해 협력업체에 제공한 기관이 있는지, 이 기관이 다른 정부 납품업체에도 가짜 보증서를 제공한 것 아닌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 일부 협력업체 “우리도 속았다”

7일 검찰과 한수원 등에 따르면 이번에 수사를 받는 협력업체들은 해외 검증기관으로부터 부품보증서를 발급받은 게 아니라 ‘인증 대행기관’을 자처한 국내 업체로부터 보증서를 받아왔다. 스위치, 퓨즈, 다이오드 등 일반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영세하기 때문에 해외 검증기관과 영어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이 같은 방식을 써 왔다는 것이다.

특히 10년 동안 한 곳도 아닌 8개 업체가 12개 해외 검증기관 중 한 곳의 명의를 집중 도용한 점과 가짜 보증서가 진본과 비교해도 차이를 쉽게 알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 위조단이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과 한수원은 미검증 부품을 납품한 기업 중 일부는 보증서가 위조됐다는 점을 모른 채 ‘대행기관’에 속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한수원 내부에 비리가 있어 부품업체나 위조단과 공모했을 개연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제출한 부품보증서의 진위를 확인하게 돼 있지만 솔직히 업체들이 작정하고 속인다면 그걸 알아챌 역량도, 인력도 부족하다”며 “돈을 받을 때 일일이 위조지폐인지 확인하는 사람이 많으냐”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 검찰 수사로 납품비리가 적발되고 쇄신안을 발표한 뒤에도 한수원이 9월 외부 제보가 있기 전까지 부품보증서 위조를 까맣게 몰랐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한수원이 2007년부터 부적정 계약과 부실 자재 납품을 50여 건 적발했으면서도 결국 납품비리를 막지 못했다”며 “자체감사 기능이 마비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 합동조사단 “총체적 대책 마련”

이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긴급회의를 열고 한수원의 원전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사건을 담당할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8일부터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민간전문가 20명, 안전기술원전문가 16명, 원안위 직원 22명 등 58명으로 꾸려졌다. 단장은 원안위 위원인 권동일 교수와 서울대 기계공학과 이준식 교수가 맡았다.

조사단은 우선 한수원 보고 내용을 조사한 뒤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할 예정이다. 한수원의 구매·계약시스템, 하청업체 관리시스템 등 납품 관련 품질관리체계 전반에 대해서도 종합 점검을 할 방침이다. 또 원안위는 한수원의 납품업체 관리와 품질검증시스템 보완, 외부감시시스템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총체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7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긴급 현안보고에서 “이 문제를 수습하면 언제든지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사의를 표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 아니냐’는 질의를 받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책임 있는 행동은 수습하고 물러나는 것이다. 모든 책임을 지고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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