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잃은 남편은 ‘살인마를 사형시키라’고 요구했다. 손은 떨렸지만 의지를 보이려는 듯 증인석에 꼿꼿이 앉은 채였다. 8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법 1호 재판정에서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재호) 심리로 열린 서울 광진구 중곡동 주부 살인범 서진환(사진)의 결심 공판. 박모 씨는 증인석에서 “저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 그가 다시 범죄를 저질러 저같이 한 맺힌 사람이 생기지 않게 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서진환은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부만 바라볼 뿐 박 씨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국가 탓으로 돌렸다. 그는 윤성현 검사가 범죄 이유를 묻자 “전자발찌는 인권유린이고 이중 처벌이라 정말 없애야 한다”며 “전자발찌 스트레스로 희망 없이 술에 취해 살다 보니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DNA 대조로 제때 경찰에 잡혔더라면 살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곡동 주부 살해 13일 전 중랑구 면목동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때 범행현장에 DNA를 남겼지만 경찰이 이미 자신의 DNA 정보를 보관하고 있던 법무부와 공조하지 않아 검거하지 못한 것을 비꼬면서 자신의 살인은 국가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뻔뻔함을 보인 것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그가 경찰 조사과정에서 여자 경찰관에게 “너는 내가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여자다. 한 번 (성관계)하자. 교도소에 편지 써 주라”고 성희롱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화 상대나 하자는 뜻에서 말한 것”이라고 변명하며 히죽거렸다. 그는 또 조사과정에서 “여동생 강간은 어렵지만 사촌동생이나 동네 사람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사형제도 유지 찬성이 79%인 점에 비춰 볼 때 우리의 정의감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성범죄로 모두 18년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이제 징역형으로는 피고인의 범죄를 억제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전자발찌 부착 30년도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22일 오전 11시. 법정을 나서는 박 씨는 “최근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조선족 오원춘(42)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고 했다. 박 씨는 “법원이 저자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할 거면 차라리 20년형을 선고하길 바란다”며 “그때는 아이들도 다 컸을 테니 출소하면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고 이 고통을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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