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이면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울려 퍼지는 ‘졸업식의 노래’. 이별의 아쉬움에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졸업생들로 식장은 울음바다가 되기 일쑤다. 그러나 이 노래를 만든 이가 충북 옥천 출신인 정순철 선생(사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노래와 함께 ‘짝짜꿍’ 등의 동요를 만든 정 선생을 기리는 작업이 그의 고향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 ‘정순철 노래비’ 제막
9일 오후 충북 옥천군 옥천읍 문정리 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 ‘정순철 노래비’가 세워졌다. 정순철기념사업회가 4000만 원을 들여 만든 이 노래비에는 동요 ‘짝짜꿍’과 선생의 업적 등이 새겨졌다. 노래비 제작은 정 선생의 고향 후배인 이기수 충북대 교수가, 비문은 시인인 도종환 국회의원(민주통합당)이 썼다. 2008년 정 선생 고향의 문화예술인 등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기념사업회는 해마다 ‘짝짜꿍 동요제’를 열고 있으며, 선생의 평전도 펴냈다. 또 ‘짝짜꿍 합창단’을 만들어 정 선생이 만든 동요를 CD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노래비 제막식 후 전국서 예선을 통과한 14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5회 짝짜꿍동요제’에서 대상은 청주 남평초(꿈을 그리는 소리요정)의 ‘신나는 여행’이 받았다.
정 선생이 태어난 청산면은 동요거리로 변신했다.
옥천군은 지난해 청산면 지전∼교평리를 잇는 중심 거리(300여 m)의 상점 간판 51개에 정 선생의 동요 악보를 그려 넣는 등 거리를 새롭게 단장했다. 지역 특산물인 감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거나 연주황 감빛으로 간판을 제작하고, 간판 모양이나 글자도 입체성을 부각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1970, 80년대 향수를 떠올리도록 당시의 거리 사진을 간판 주변에 배치하고, 건물 곳곳에 정 선생의 동요가 흘러나오는 음향기도 설치했다. 옥천군 경관디자인팀 정효선 주무관은 “올 6월에는 청산면 내 공공기관과 주택 담에 정 선생과 고향을 주제로 한 벽화도 그려 넣었다”고 말했다.
○ 1946년 ‘졸업식 노래’ 작곡
정 선생이 졸업식을 노래를 만든 것은 1946년이다. 차웅렬 씨가 지은 ‘잊혀진 이름, 동요작가 정순철’에는 졸업식의 노래가 나온 상황이 잘 나와 있다. 1946년 당시 최현수 문교부 편수국장이 동요 작가 윤석중 선생을 불러 각급 학교의 졸업식 노래를 급히 작사해 달라며 작곡까지 부탁해 윤 선생이 가사를 지었으며, 정순철 선생이 작곡을 한 것. 일제강점기의 졸업식 노래는 ‘반딧불’이라는 스코틀랜드의 민요곡에 가사만 바꿔 불렀는데 우리나라의 독특한 졸업식 노래가 나왔으니 그 기쁨은 헤아릴 수 없었다. 윤 선생이 부탁을 받은 날짜는 6월 5일이고, 이튿날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이 노래를 보급했으니 하루 새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금관문화훈장까지 받은 윤 선생과 달리 정 선생은 6·25전쟁 당시 납북되면서 잊혀져 갔다. 정 선생은 1948년부터 성신여고 교사로 재직하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교장이 맡긴 학교에 혼자 남았다. 그는 이후 1950년 9월 28일 북한군이 후퇴하는 과정에서 납북됐다. 동학 2세 교주 최시형 선생의 외손자인 정 선생은 교사가 되기 전 동학 3세 교주 손병희 선생의 사위인 방정환 선생과 일본에서 유학하며 가깝게 지냈다. 이후 방 선생과 ‘색동회’를 만들고 1920년대부터 수많은 동요를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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