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0일이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노래 ‘링딩동’이 국제로봇올림피아드의 로봇댄싱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작은 로봇 3대가 춤을 췄다. 이 대회에 나온 다른 로봇들은 다 같이 똑같은 춤을 추며 군무를 선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링딩동’에 맞춰 춤추는 이들 로봇은 저마다 다른 안무를 소화해냈다. 한 로봇이 춤을 출 때 다른 로봇은 잠깐 멈춰 있거나, 한 로봇은 팔만 움직일 때 다른 로봇은 다리만 움직였다. 당시 중학교 1학년으로 최연소 참가자였던 울산경의고 1학년 최민규 군(16)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등학생 형들과 외국팀 사이에서 당당히 1등을 한 것이다.
○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만난 로봇
최 군이 처음 로봇에 관심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가 방과 후 수업으로 로봇수업을 듣자 호기심에 따라갔다. 로봇이 움직이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프로그래밍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내에서 열린 과학탐구대회의 로봇과학 부문에서 전교 1등을 하면서 최 군의 재능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학교 대표로 발탁돼 울산시교육감상을 받고 울산대표로 선발됐다. 전국대회에 출전해 동상을 받은 후부터 본격적으로 로봇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로봇학원에 가고, 학교에 다녀오면 로봇에 대해 공부했다.
한국로봇올림피아드, 대한민국 청소년 로봇대전, 국제로봇 콘테스트 등 크고 작은 로봇대회에도 많이 나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로봇 분야의 미래 인재로 인정받은 최 군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최근 수상했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열흘씩 학교를 빠져야 할 때도 있어 학업에 부담이 되기도 할 터. 하지만 최 군은 “다른 사람이 만든 로봇에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를 보고 배우면 나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어 출전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최 군은 올해 미국에서 열린 ‘로봇 페스트’를 꼽았다. 이 대회는 로봇이 적절한 위치에 멈춰선 후 테니스공을 잡고 얼마나 정확한 곳에 내려놓는지를 측정하는 대회였다. 1, 2차로 나누어 측정을 하는데, 연습 때는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1차 측정 때 로봇에 오작동이 생겼다. 최 군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침착하게 로봇 프로그래밍을 다시 하고, 현장에 맞게 하드웨어를 조립했다. 2차 측정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고 전 세계 로봇분야 인재들 사이에서 4등을 거머쥘 수 있었다. ○ 로봇계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로봇에만 집중하다 보니 공부는 뒷전이었다. 최 군의 중학교 1학년 성적은 전교 50등. 하지만 2학년이 되자 그의 성적은 전교 18등까지 올랐다. 그 까닭에 대해 그는 “목표가 생겨서”라고 했다. 목표는 바로 ‘로봇계의 스티브 잡스’가 되는 것이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것을 보고 저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혁신적인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어요. 비록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했지만, 상품 기획이나 시장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 전문적인 내용을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올해 초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메아리학교’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자신이 만든 로봇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로봇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마냥 즐거워하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보람을 느꼈다.
그는 ‘나의 재능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했다. 이 고민은 로봇계의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다는 목표와 결합하면서 ‘로봇 의족·의수를 제작하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꿈으로 진화했다.
“사람의 팔과 다리 못지않은 성능이 뛰어난 로봇 의족과 의수를 개발하고 이를 싼 가격에 판매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최 군)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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