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어린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계발하는 것이 화두이지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즉각적으로 소비하는 데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은 글로 된 이야기를 차분히 읽으며 다양한 상상을 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의 힘은 바로 그때 길러지는데 말이지요.”
어린이전문출판사인 도서출판 꼬마샘터의 서경현 대표는 경영 키워드로 ‘상상력’과 ‘꿈’ 두 단어를 제시한다. 어린이가 세상 만물에 대해 애정을 품고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그려보도록 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한다고.
출판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헤쳐나갈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어린이가 세상 만물에 더 큰 호기심을 갖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진정으로 고민한다는 그를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꼬마샘터 사옥에서 만났다.》
서 대표가 꼬마샘터 출판사를 연 것은 1991년. 당시 프랑스의 한 유명 출판사와 손을 잡고 국내 시장에 내놓은 유아 대상 전집 시리즈인 ‘첫 발견 시리즈’는 서 대표의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국내에서 총 700만 부 이상 팔린 이 시리즈는 동·식물, 도시, 자연 등 80여 가지 주제를 흥미 있게 학습하도록 구성한 ‘탐구형 백과사전’이다.
“‘첫 발견 시리즈’를 활용하면 도서에 첨부된 ‘종이 조명등’으로 비춰가면서 땅속, 우주 등 직접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알아갈 수 있어요. 땅속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를 직접 설명하는 게 아니라 ‘땅속에는 왜 이런 생물이 살까’ ‘그 안에서 어떻게 숨쉬고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어린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특징이지요.”(서 대표)
○ “반복해 읽으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보세요”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소설 등 문학장르도 어린이의 상상력을 계발하는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가 관심 있는 책을 몇 번씩 반복해 읽을 때는 부모가 이를 간섭하지 말고 놓아두어야 한다는 점. 자녀가 해리포터 시리즈를 몇 달 동안 반복해 읽을 경우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단순히 줄거리를 반복해 읽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자녀는 매번 새로운 장면에 주목하면서 머릿속에서 또 다른 상상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서 대표는 설명한다.
자녀에게 기존의 줄거리를 이어갈 뒷이야기를 써보게 하거나 기본 등장인물을 소재로 전혀 다른 줄거리를 창작해보고 이를 글과 말로 표현하게 한다면 자녀의 상상력은 물론이고 최근 중시되는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길러줄 수 있다.
○ “어린왕자를 읽고 자신만의 별을 만들어 주세요”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문학작품 중 서 대표가 으뜸으로 꼽는 작품은 바로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그는 어린왕자 한 편에는 우정, 사랑, 도전정신, 리더십 등 어린이의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요소가 모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왕자에는 주인공이 다양한 별을 오가며 문제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이나 여우, 장미, 뱀 등 다른 생물과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이 담겨 있지요. 또 바람, 음악, 친구 등 평소 그 소중함을 몰랐던 대상들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이런 별에서 살고 싶다’ ‘나라면 이렇게 행동하겠어’라며 자연스레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겠지요.”(서 대표)
서 대표의 이 같은 생각은 꼬마샘터가 최근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와 함께 ‘제1회 어린왕자 스토리공모전’을 개최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그려보는 ‘꿈꾸기’가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서 대표. 그는 어린이들이 기존 어린왕자와는 전혀 다른 별과 어린왕자, 여우를 설정해 이미 어른들의 인식에서 정형화돼 버린 어린왕자를 완전히 뛰어넘는 새로운 ‘별’을 선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이번 공모전에서 가장 무게를 실을 심사기준 역시 어린이만의 순수한 상상력. 작품의 완결성이나 글솜씨도 평가기준에 포함되지만 어린이다우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해 본 적이 없는 수많은 어린이에게 상상력을 무한 발휘할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래서 부모님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 하나. 대회라는 것을 고려해 자녀가 창조한 이야기에 부모가 손을 댄다면 그 순수한 상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 주세요!”(서 대표)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 ‘신나는 공부’와 ‘어린이동아’를 만드는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와 꼬마샘터가 전국 초등생을 대상으로 ‘제1회 어린왕자 스토리공모전’을 연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소재로 나만의 창작소설을 만들면 된다.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5∼10장) △중편소설(200자 원고지 10장 이상) 중 한 가지 유형으로 작성해 2013년 2월 28일까지 응모. 대상(상금 500만 원), 금상(상금 400만원) 등 수상자 총 11명에게 상금과 상장, 상패가 주어지며 상금은 수상자와 수상자 소속 학교에 절반씩 지급된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블로그(blog.naver.com/princestory1) 참조. 02-36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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