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고려청자 제작 ‘비밀의 문’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강진서 길이 20m×폭 1.8m… 온전한 진흙가마 발굴돼

고려청자는 가을하늘보다 맑고 투명하며 비취보다 아름다운 독특한 색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비색(翡色)청자라고도 불린다. 최고급 고려청자가 만들어지던 12, 13세기 제작기법이 대가 끊기면서 현재까지 그 기법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려청자 제작기법이 99%까지 재현됐지만 1%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고려청자의 3대 미스터리는 가마의 형태, 청자 제작 과정, 유약에 숨겨져 있다는 게 정설이다. 전남 강진에서 거의 완벽한 형태로 보존된 고려청자가마가 발굴돼 3대 미스터리 중 하나를 풀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 강진군은 12, 13세기 고려청자가마인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43호 가마(사적 68호)가 거의 완전한 상태로 발굴됐다고 15일 밝혔다. 이 가마는 벽면이나 지붕이 없지만 구조는 온전하게 남아 있다.

강진지역은 전국 고려청자가마의 절반을 차지하는 188기가 남아 있다. 그동안 고려청자가마 발굴은 일제강점기 1기, 1970년대 1기, 1980년대 1기(가마 4개) 등 세 곳에서 이뤄졌다. 일제강점기를 제외한 1970, 80년대는 저수지 공사나 밭을 개간하다 우연히 고려청자가마를 발견했다. 나머지 180여 기는 발굴이 안 된 채로 땅속에 묻혀 있다. 그동안 고려청자가마는 완벽하게 발굴된 적이 없어 관련 자료가 부족했다.

이번 네 번째 발굴에서 학술적 성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이번에 발굴된 가마는 길이 20m, 폭 1.8m다. 가마는 경사 13∼15도에 달하는 가파른 구릉에 설치돼 있다. 이 가마는 작업을 하는 공간(요전부), 불을 때는 아궁이(봉통부), 1000도 넘는 온도로 청자를 굽는 공간(번조실), 800도의 온도로 초벌구이를 하는 공간(초벌칸) 순서로 구성됐다. 가마는 중국의 벽돌식이 아닌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전수되던 우리 전통의 진흙가마였다.

한성욱 민족문화유산연구원 부원장은 “그동안 완전한 고려청자가마가 발굴된 적이 없어 가마 길이가 10∼12m일 것이라고 추정해왔다”며 “이번 발굴로 고려청자가마의 길이가 20m에 달했다는 것이 처음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비법으로 내려오던 고려청자 제작기법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마 지붕 등을 일부러 부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고려청자#제작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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