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턴 10대도… 차량절도 20대도… 인터넷이 범행교과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7일 03시 00분


‘경찰 위치추적 피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휴대전화 켜는 순간 무조건 걸립니다. 택시에 몰래 놓고 내리는 방법이 좋아요.’

‘한 번에 기절시키는 방법 없을까요.’

‘수면제나 마취약이 최고죠. 필요하시면 쪽지 주세요.’

인터넷이 ‘범죄 교과서’로 악용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이용해 강도, 소매치기 등 각종 범죄에 필요한 방법을 검색한 결과 ‘CC(폐쇄회로)TV 피하는 법’, ‘빈집 확인하는 방법’ 등 다양한 수법이 상세히 소개돼 있었다. 이 중에는 범행에 사용할 수 있는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구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거나 직접 판매했다. 또 ‘한 명이 사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일하며 CCTV 위치와 손님이 없는 시간대를 파악해 공범에게 알려 준 뒤 서로 짜고 편의점을 털면 붙잡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등 이전 범죄들을 분석해 범행 수법을 알려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으로 수법을 익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편의점을 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임모 씨(19)도 인터넷으로 범행 수법을 배웠다. 임 씨는 계산대의 아르바이트생에게 ‘가방에 돈을 넣으세요. 저보다 약한 분한테 칼을 꺼내기 싫습니다’라는 쪽지를 건네는 수법을 썼다. ‘아르바이트생이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라는 인터넷 가르침 덕분이다. ‘흉기를 꺼내면 편의점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발각될 수 있다’라는 것도 인터넷을 통해 배웠다. 또 ‘한강 산책로에는 CCTV가 적다’는 것을 파악한 임 씨는 범행 직후 곧바로 인근 한강 산책로로 달아났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범행 전 인터넷을 통해 ‘공범이 있으면 형량이 높아진다’ 등 범행 관련 내용을 검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직후 임 씨가 CCTV가 적은 곳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대전에서 7개월 동안 차량 120대를 털다 붙잡힌 송모 씨(25)도 범행 전 ‘경보기 울리지 않게 차 문 따는 법’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수법을 익혔다. 차량털이 전과가 없었던 송 씨였지만 인터넷에서 동영상까지 보며 배운 수법으로 차량경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30초 만에 범행을 마치는 전문가가 됐다. 경찰 조사에서 송 씨는 “인터넷에서 배운 기술로 범행하면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6월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낸 뒤 찾아온 20대 여성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다 경찰에 붙잡힌 김모 씨(30)도 범행 한 달 전부터 납치에 필요한 물품과 대포차량, 대포폰 구입 방법 등 납치 범죄 관련 지식을 익힌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범죄 정보들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계획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경찰은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죄 관련 정보가 담긴 게시 글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유해 사이트로 판단해 삭제나 사이트 폐쇄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이 같은 자료는 넘쳐나고 단속 인원은 적은 탓이다. 이황우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범은 인터넷을 통해 범행 방법을 익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무조건 따라하다간 죄가 늘어나 가중처벌될 수 있다”며 “또 무책임하게 범죄 정보를 올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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