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A 씨(24·여)는 지난해 5월 남자친구 B 씨(27)를 경찰에 고소했다. 새벽까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화가 난 B 씨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원룸으로 자신을 끌고 가 칼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는 것. 증거는 없었고 A 씨의 진술이 전부였지만 1심 재판부는 B 씨에게 감금 폭행 협박 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판결이 난 뒤 보름 만에 A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깜짝 놀랄 만한 글을 올렸다. ‘남자친구를 꼭 풀어주세요. 때리고, 칼은 든 것은 맞지만 나머지는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사실이 아닌 것을 말했고 용기 내어 말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A 씨는 글을 올린 당일 바로 지워버렸다. 그러나 B 씨의 변호인은 삭제된 글을 찾아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삼봉)에 제출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A 씨는 “그렇게 쓰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악마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 무서워서 들리는 대로 썼다”며 횡설수설했다.
당시 정황을 다시 따져본 2심 재판부는 “A 씨가 이 글을 통해 허위사실을 자인한 점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감금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발적 범행이고 1년 가까이 구금 생활을 한 점을 참작해 형을 유예했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