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모의수능 영어 과목 선택… 10명중 8명 어려운 B형 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9일 03시 00분


B형 반영 대학 많은탓… 수준별 수능 취지 못살려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른 두 차례의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 영어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B형을 선택한 학생이 10명 중 8명으로 나타났다. 국어와 수학은 지금보다 쉬운 A형으로 치른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금의 고등학교 2학년이 응시할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따라 국어 영어 수학을 A, B형 중에서 골라야 한다. 대학 역시 세 과목의 유형을 자체적으로 골라 전형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한 연합학력평가(전국 1956개 학교, 57만5497명 응시)에서 어려운 영어 B형을 선택한 수험생이 82.6%였다. B형을 고른 비율은 국어 49.2%, 수학 37.8%였다.

서울시교육청이 6월 실시한 연합학력평가에서도 비슷했다. 영어 B형의 응시율은 77.6%였다. 국어와 수학의 B형 응시율은 각각 48.3%, 38.2%.

영어에서 B형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이유는 간단하다. 입학전형에 B형을 반영한다는 대학이 많아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B형은 2개까지만 허용하고, 국어와 수학은 동시에 B형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그 결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월 발표한 주요 상위권 35개 대학 반영 형태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인문계는 국어B, 수학A, 영어B를 △자연계는 국어A, 수학B, 영어B를 반영할 계획이다.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영어는 무조건 B형으로 하고, 국어와 수학 가운데 하나는 계열 특성에 맞게 B형을 배치한 결과다. 상위권 대학이 대부분 이런 방식을 택함에 따라 중위권 대학 역시 우수 학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비슷한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도 △인문계는 국어B, 수학A, 영어B △자연계는 국어A, 수학B, 영어B로 몰리게 됐다. 수준에 따라 다른 문제로 시험을 보도록 한다는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지는 셈이다.

B형 쏠림 현상은 하위권 대학들이 반영 방식을 공개할 경우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신입생 유치에 고전하는 하위권 대학이 차별화를 위해 A형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A형을 고르는 수험생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럴 경우 수능 이원화가 대학 서열화를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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