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안준상 씨(32)는 올해 초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으려다 포기했다. 돈이 발목을 잡았다. 2년간 외국에서 학비와 생활비로 지출할 비용 부담이 컸던 것이다. 결국 그는 올해 8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안 씨는 “국내 대학이 질적으로 뒤처지지 않는 데다 학비도 저렴해 유학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던 해외 유학생이 7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학비 부담이 커진 데다 외국 학위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외국 대학 및 대학원에서 학위과정을 밟는 학생은 15만4178명으로 지난해 말(16만4169명)보다 6.1% 감소했다. 해외 학위과정 학생은 2005년 10만716명에서 지난해까지 꾸준히 늘어왔다.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도 올해 8만5035명으로 지난해 말(9만8296명)보다 14%가량 줄었다.
덩달아 유학생용 해외 송금액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을 위해 해외로 송금된 금액은 모두 33억5000만 달러(3조651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5억6000만 달러)보다 5.8% 줄었다.
유학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유학비 부담의 증가다. 여기에 최근 해외 석박사들이 넘쳐 나면서 일부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면 학위 가치를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국내 현실도 반영됐다.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10년 전만 해도 해외 석박사 학위를 따면 국내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보다 한두 직급 이상 높여서 채용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특혜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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