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고 하지만 가을의 마곡사도 아름답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관광객은 많지 않았지만 21일 가을 마곡사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작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템플스테이 사찰인 마곡사는 최근 ‘솔바람길’이라는 산책로가 조성돼 사색에 잠겨 보려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인근에서 생산되는 밤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일대의 멋이다. ○ 백제 무왕때 자장율사가 창건
마곡사는 640년 백제 무왕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대광보전의 빛바랜 단청이 오랜 연륜을 말해 준다. 대광보전에 걸린 ‘각래관세간 유여몽중사(却來觀世間 猶如夢中事·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백범의 글씨가 선생과 사찰의 인연을 말해 준다. 백범은 1898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마곡사에서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승려생활을 했다.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한 직후였다.
사찰 앞마당 한쪽에는 백범당이 있다. 벽면에 걸린 선생이 즐겨 썼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는 마치 그의 인생을 이르는 듯하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경기 수원시에서 휴가를 내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형균 씨(36)는 “오래된 절이 아름답고 산책길이 최근 잘 정비됐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며 “깊은 휴식감을 주는 여행지”라고 말했다.
○ 3개 코스로 만든 솔바람길
백범당에서 시작되는 솔바람길은 태화산을 중심으로 크게 3개의 코스로 나뉜다. 태화산은 사곡면 신풍면 유구읍에 걸친 해발 416m의 나지막한 야산이다.
첫째 코스인 ‘백범명상길’은 백범당∼백범 선생 삭발터∼군왕대∼마곡사로 이어지는 3km로 50분가량 걸린다. 백범당을 출발해 냇가로 접어들면 목조 덱이 나타난다. 백범이 출가할 때 삭발했다는 삭발터를 지나 내(川)를 건너면 평평한 산책로가 나오고 태화산으로 접어들면 잘 정돈된 소나무숲이 나타난다. 산신각을 지나 꼬불꼬불 이어진 산길을 타다 이마에 땀이 맺힐 무렵 군왕대에 이른다. 군왕대는 산 정상은 아니지만 마곡사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곳이고 사찰 내에서 가장 지기(地氣)가 센 곳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코스인 ‘명상산책길’은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로 이어지는 5km의 트레킹코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셋째 코스인 ‘송림숲길’은 마곡사∼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아들바위∼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다비식장∼장군샘∼군왕대∼마곡사이다. 11km의 본격 등산코스로 3시간 반가량 걸린다. 마곡사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등반대회에 참가해 솔바람길을 걸어본 산악인 엄홍길 씨(대한불교조계종 산악회장)가 ‘바위와 돌이 없이 흙으로만 이뤄진 천혜의 산책길’이라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고 전했다.
○ 템플스테이, 오토캠핑장, 밤막걸리…
마곡사는 봄과 가을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려 적막한 산사를 선율로 적신다. 솔바람길 걷기, 예불, 발우공양, 참선, 108염주 꿰기, 스님과의 대화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마곡사 템플스테이(041-841-6226)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내 산책, 산행, 108배, 기도, 좌선 등이 자율인 휴식형과 의무인 체험형으로 나뉜다. 태화산 기슭에는 마곡오토캠핑장이 있다. 50여 개 사이트에 샤워시설과 개수대를 갖췄다.
마곡사 주변에는 버섯 두릅 등 산채음식이 풍부하다. 더덕정식 산채정식 능이버섯전골 청국장 등이 주요 메뉴인 태화식당(041-841-8020)과 귀빈식당(041-841-8027) 등이 유명하다. 사곡면사무소 주변에는 알밤막걸리를 제조하는 사곡양조장이 있다. 일곱 병에 1만 원이며 시음도 해볼 수 있다.
공주시내로 진입하면 공주 관광을 대표하는 공주박물관과 송산리고분군(무령왕릉), 공산성 등이 있다. 공주박물관 인근의 공주한옥마을(041-840-2763)은 방당 6∼8명씩 묵을 수 있는 단체숙박동과 2인실부터 25인실까지 다양한 개별숙박동이 있다. 한옥마을 내에는 한정식으로 유명한 식당 금강관(041-857-670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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