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檢… 性검사 ‘뇌물죄’ 적용하면서 “향응제공자 처벌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 구속영장 혐의적용 논란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24일 밤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뒷좌석 가운데 코트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전 검사. 뉴스1 제공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은 후 24일 밤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뒷좌석 가운데 코트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전 검사. 뉴스1 제공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25일 절도 혐의 여성 피의자 B 씨(43)와 성관계를 맺은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30)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 검사가 직무와 연관해 피의자로부터 성적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성관계를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본 것. 하지만 감찰본부는 이날 오후 “B 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 없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놨다. 검찰 스스로도 왜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준 쪽을 입건하지 않는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적용 못해

감찰본부는 당초 전 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를 적용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혐의는 통상 고용주가 종업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성관계를 맺을 때 적용되지만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 종사자가 피의자를 압박하는 경우에도 함께 쓰인다. 그러나 이 혐의는 B 씨가 전 검사를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 두 사람이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B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도 “B 씨가 이미 전 검사와 합의했기 때문에 전 검사를 고소할 마음이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전 검사의 행위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감찰본부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통상 이 혐의는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했을 때 적용된다. 전 검사가 B 씨에게 유사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으로 강요했다면 이 혐의로 처벌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감찰본부는 B 씨가 제출한 160분 분량의 녹음파일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전 검사의 명시적인 강압이나 강요는 없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 검사가 저지른 부도덕한 행동에 대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 궁여지책으로 뇌물죄 적용

감찰본부는 결국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 검사가 직무와 연관해 B 씨로부터 성적 향응을 제공받았고 두 사람 간의 성관계도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판례는 뇌물에 대해 ‘금전, 물품 등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성관계 또한 무형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공무원이 성매수를 하고 청탁한 사람이 ‘화대’를 대납한 경우에는 뇌물수수로 처벌된다. 하지만 청탁자가 직접 성을 대가로 지불한 데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독일에는 이 같은 경우도 뇌물로 판단한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자 정철승 변호사는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B 씨가 저항이 어려운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만큼 뇌물공여자로 처벌해선 안 된다”며 “(설사 뇌물 혐의를 적용해도) 공무원의 강압행위로 뇌물공여 행위가 이뤄지면 공여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B 씨 측이 반발하자 감찰본부는 이날 오후 늦게 “B 씨를 입건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범죄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전 검사에 대한 비난 소지가 더 크고 B 씨에게 피해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감찰본부는 조만간 B 씨를 입건유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재량권을 남용하지 않는 한 공여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례도 용인된다”면서도 “전 검사를 처벌하면서 B 씨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결국 검찰의 법 적용이 ‘궁여지책’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성검사#서울동부지검#뇌물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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