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처럼 돈으로 법조인 자격을 얻는 게 말이 되나. 어린아이에게 칼자루 쥐여주니 이상한 짓이나 하네”(사법연수원생 A 씨)
“사시 출신 검사 비리 때는 조용하더니 로스쿨 물어뜯으려고 개떼처럼 달려들어.”(로스쿨 재학생 B 씨)
‘뇌물 수수’와 ‘성추문’ 등 검사들의 잇따른 비리가 이어지면서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예비법조인들 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참회와 자성보다는 상대방의 출신을 비난하는 수준 낮은 공방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예비 법조인들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냐”며 “이런 수준인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면 더 가관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검찰청사에서 성추문을 벌인 전모 검사(30)가 로스쿨 1기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25일 인터넷 사법연수원 자치광장과 로스쿨 재학생 게시판에는 서로를 비방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양쪽 진영의 글에는 “로스쿨생은 다 쓰레기. 사시 자신 없어서 도피한 주제에” “사시 출신이 해먹은 게 훨씬 많다. 쓸데없이 군대놀이나 하는 인간들”이라는 식의 인신공격성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익명으로 글을 올린 한 사법연수원생은 “일반인이면서 대학원생에 불과한 로스쿨 재학생들은 어떤 의무감이나 소속감, 예비법조인으로서의 마음가짐도 가질 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는 “전국 25개 로스쿨에 사실상 ‘법조인 위탁교육’을 하는 현 시스템상 연수원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조직문화를 익히는 사시 출신처럼 문제 있는 법조인을 걸러내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이번 사태는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심하기는 로스쿨 출신들도 마찬가지다. 사법시험 출신 변호사들의 모임인 청년변호사협회가 23일 “법률적 소양과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을 곧바로 검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한 로스쿨 검사 선발 시스템을 당장 폐지하라”고 성명을 내자 관련 기사에는 로스쿨 준비생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이 “기다렸다는 듯 물어뜯는 기득권 변호사들이 한심하다”는 내용의 댓글을 줄지어 달았다.
로스쿨 재학생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사시 출신이 저지른 비리는 솜방망이 처벌하고 로스쿨 한 명 걸리니 싸잡아 매장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글이 대거 올라와 있다.
서울지역 사립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K 씨는 “사시 출신들이 말하는 조직 문화란 ‘나쁜 짓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해도 들키지 말고 들켜도 덮을 수 있을 만큼만 해라’는 식”이라며 “그동안 휘둘러왔던 ‘사시 출신’ 법조인들의 부패가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더한 일도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양식 있는 법조인들은 ‘근본적 문제를 멀리한 밥그릇 싸움’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건 하나로 섣불리 판단하고 서로를 비방할 게 아니라 법조인답게 비리 척결과 올바른 공존 방식을 구축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