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인권 vs 범죄 예방효과… 전자발찌 탐지기 어찌하오리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6일 03시 00분


■ 본보 탐지기 보도후 이슈로

우리가 이 기계를 정말 써야 할까. 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엔지니어 홍광의 씨(43)가 발명한 일명 ‘전자발찌 디텍터(탐지기)’의 사용 여부를 놓고 우리 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본보 24일자 A12면, 전자발찌 접근땐 ‘삐뽀삐뽀’… “가족 지키려” 아빠가 만들었다

이 기계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 전력자가 일정 거리에 들어올 경우 경보음을 울려주는 것. 전자발찌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 탐지기가 성범죄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성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없는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인권 침해 소지도 크다는 점. 이 때문에 개발자인 홍 씨는 개인용 대신 학교, 놀이터 등 일정 시설에 설치할 때만 판매할 생각이지만 이 또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기는 이르면 다음 달 중 시판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탐지기가 착용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성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당수 전자발찌 착용자들이 성범죄를 다시 저지르는 것은 아무도 자신이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전자발찌 착용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줘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많다.

판사 출신인 이상원 서울대 법대 교수(형법)는 “범죄 발생으로 인한 피해와 예방적 조치로 탐지기를 사용했을 때의 순기능을 잘 판단해야 한다”며 “이는 정부나 한 개인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찬 서진환(42)에게 아내를 잃은 박귀섭 씨(39)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탐지기가 진작 나왔다면 아이들이 엄마를 잃을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범죄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이 자신의 집을 안전한 곳으로 느낄 권리가 더 크다”고 말했다.

물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오영중 인권이사(43)는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성범죄자를) 징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탐지기가 한 곳에 고정돼 있다 해도 성범죄자가 갈 수 없는 곳의 범위가 너무 넓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치원 등 일부 지역에만 제한적으로만 쓰는 방법도 있겠지만 역시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누구나 설치할 수 있다면 재범을 막는 데 한정된 전자발찌 제도의 취지가 사생활 침해까지 나아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들도 학부모일 수 있는데 만약 학교에 설치한다면 해당 부모는 어떻게 학교에 가겠느냐”며 “놀이터 근처를 지나가는 전자발찌 착용자 때문에 혼자 놀이터에 있는 성인 남성이 오해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영이’(가명) 주치의로 알려진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죄질과 출소 뒤 기간을 고려해 탐지 대상을 구분하자는 대안을 내놨다. 신 의원은 “상습범이나 출소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높은 점을 감안해 이들의 전자발찌에서 나오는 주파수만 기계로 탐지할 수 있도록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동아일보 보도 후 전자발찌를 찬 흉악범들이 해코지를 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친지들의 전화를 수없이 받았다”며 “새로운 장치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모아지면 추가 기능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성규·조건희 기자 sunggyu@donga.com
#성범죄자#전자발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