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방송 PD·스타일리스트 되려면? 알찬 지식 쌓는게 먼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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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채널A 이영돈 PD, ‘지렁이’와 ‘비행기’를 연결하는 창의성이 PD의 힘

PD를 꿈꾸는 부산 경남고 2학년 박준영 군(오른쪽)은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영돈 채널A PD를 만났다.
PD를 꿈꾸는 부산 경남고 2학년 박준영 군(오른쪽)은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영돈 채널A PD를 만났다.
쇠고기맛 조미료와 설탕, 식초로만 맛을 낸 육수로 만든 냉면, 손님이 먹고 남긴 뼈로 국물을 우려낸 감자탕, 최고급 통돼지 바비큐 요리에 쓰이는 병든 돼지….

최근 동아미디어그룹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보도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내용들이다. 이 프로그램 제작을 총괄하는 이영돈 PD(56·채널A 제작담당 상무)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KBS ‘추적 60분’ ‘소비자 고발’ 등 유명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한 시사교양 분야의 실력자.

PD를 꿈꾸는 부산 경남고 2학년 박준영 군(17)이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PD를 만났다.

○ “착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 만들고 싶어”

“사회를 바꿔요.”

방송 경력 31년째인 이 PD는 시사교양 PD가 하는 일을 이렇게 정의했다. 시사교양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천지개벽하듯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진 않는다.

“먹거리 X파일의 ‘냉면육수’ 편을 본 사람들은 제대로 냉면을 만드는 집을 찾게 됩니다. 냉면집에 손님이 줄면 식당주인은 음식을 정직하게 만들게 되겠지요? 이렇듯 방송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이런 것들이 모여 점차 사회를 바꾸게 됩니다.”(이 PD)

시사교양 PD가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 시청자들이 보는 1시간이 채 안 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데도 PD 외에 촬영, 음향, 작가 등 20∼30명이 뛰어든다. 한 편 제작에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프로그램 기획과 취재는 기본이고 영상 편집과 스튜디오 촬영 등 후반작업에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 PD는 “취미도 특기도 모두 TV 프로그램 만들기”라며 웃을 만큼 프로그램 기획, 제작에 밤낮이 없다. 프로그램이 나간 뒤 종교단체의 협박을 받아 이민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고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박 군은 “최근 먹거리 X파일의 ‘냉면육수’ 편이 종합편성채널 시사교양 분야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라고 물었다.

이 PD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저도 그동안 냉면육수를 드럼통으로 몇 개는 먹었을 거예요”라며 “정직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대접받고 잘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했다.

○ 창의성 재료? 책과 영화!

“지렁이와 비행기는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요?”(이 PD)

박 군이 PD를 꿈꾸는 학생들을 향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 PD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가지 주제를 연결할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정해진 틀이나 공식을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이 PD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현 미디어학부)를 졸업했지만 PD가 되는 데 전공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미디어환경이 변하고 PD 채용방식은 달라져도 창의성은 여전히 PD가 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자질이다.

“사람은 왜 두 발로 걸어야 할까요? 그런데 찾아보면 정말 네 발로 걷는 사람이 있어요. 똑같은 일도 뒤집어 생각해보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로워집니다. 머리카락도 어떻게 스타일링 하느냐에 따라 전혀 느낌이 달라지고, 안경도 색깔만 달리해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것과 같아요.”(이 PD)

그는 이미 머릿속에 든 지식이 서로 새롭게 네트워크를 이루며 연결될 때 창의적인 콘텐츠가 나온다면서 이 과정을 ‘요리’에 비유했다.

“요리를 하려면 재료가 먼저 필요하듯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지식을 습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고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물도 많이 접하세요.”(이 PD)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스타일리스트 정보윤 씨, 스타일리스트… 화려함 뒤에 숨은 노동강도는 각오해야 ▼

기자가 꿈인 김소영 양(왼쪽)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빌딩에서 정보윤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기자가 꿈인 김소영 양(왼쪽)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빌딩에서 정보윤 스타일리스트를 만났다.
동방신기, 비스트, 이효리. 세련되고 ‘핫(Hot)’한 스타일로 유명한 가수들이다. 이들이 가진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똑같은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한국의 대표 아이돌들의 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는 정보윤 스타일리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기자가 꿈인 서울 은광여고 2학년 김소영 양(17)이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빌딩에서 정 씨를 만났다.

○ 패션도 ‘공부’하는 것

당초 부모님의 의견을 따라 대학 영문과에 진학한 정 씨. 그러나 1학년 때 떠난 영국 어학연수는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당시 런던칼리지오프패션(LCF)에 재학 중이던 친구로부터 “모델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함께 패션쇼 작업을 하게 된 것.

결국 정 씨는 LCF에 입학해 패션을 전공했고, 귀국하면서 패션잡지인 월간 ‘멋’에서 스트리트 패션 촬영기자로 일하는 한 친구를 보조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기자의 제안으로 당시 신인이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화보 스타일링을 맡게 됐다.

정장을 입고 나온 그들에게 정 씨는 과감하게 캐주얼 룩을 입혔다. 헐렁한 바지와 티셔츠, 가격표를 떼지 않은 모자까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가 돌연 하늘을 찌르면서 정 씨가 제안한 스타일이 대유행하자, 여기저기서 정 씨에게 무대의상을 부탁하는 제의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그렇게 스타일리스트계에 입문했다.

우연찮게 스타일리스트가 된 그이지만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일찌감치 패션 공부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패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많아야 해요. 과거에는 학원만 9개월 다니고 현장에 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림없죠. 단순히 옷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스타일의 여러 종류, 특징과 더불어 전문용어도 많이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정 씨)

스타일리스트는 의상,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을 출연자의 이미지와 촬영 의도에 맞게 연출하는 직업.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으나 요즘에는 관련 회사가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 씨는 대학에서 의상학 같은 전공 공부가 필수임을 강조했다. 채용공고가 정기적으로 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학과를 졸업해 디자이너회사나 패션잡지사,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을 전문적으로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회사에 지원할 수 있다.

○ 만만치 않은 노동량 각오해야

스타일리스트의 작업과정을 알려달라는 김 양의 요청에 정 씨는 “밤샘작업은 일상이에요.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패션자료들을 봐야 하고 원단과 아이템을 구하러 시장도 돌아다녀야 하죠. 콘셉트를 잡는 일은 아주 일부이고 나머지는 노동이에요”라며 웃었다.

일단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에서 원하는 콘셉트를 제시해오면 그에 맞는 이미지들을 모으는 ‘이미지 맵’ 회의를 한다. 이미지가 결정되면 해당 연예인의 신체적인 특징, 활동량을 고려해 본격적으로 의상을 제작한다. 의상제작에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안무가 과격한 가수의 무대의상이라면 춤출 때 거치적거리지 않도록 액세서리를 자제하는 식.

스타일리스트는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 한다. 대중문화를 알아야 유행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 대거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은 기본이고, 베스트셀러나 인기 있는 영화와 만화까지 모두 경험해야 합니다. 모든 대중문화를 섭렵해야 트렌드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정 씨)

마지막으로 김 양은 스타일리스트로서 정 씨만의 철학은 무엇인지 물었다. 정 씨는 “없어요”라며 웃었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으면 괜한 고집이 생기죠. 스타일리스트는 내가 하고 싶은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직업임을 명심해야 해요.”(정 씨)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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