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에서 상귀리에 이르는 도로변. 40∼50년생 소나무들이 푸름을 잃고 시름시름 누렇게 말라죽고 있다. 고려시대 삼별초가 저항했던 항몽(抗蒙)유적지 부근 소나무 밭도 마찬가지다. 주민 김모 씨(49)는 “올해 유난히 말라죽는 소나무를 많이 본다”며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제주도 조사 결과 소나무재선충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소나무가 말라죽는 현상이 제주 전역에 퍼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의한 피해는 지난해 13그루, 올해 29그루에 불과하지만 소나무 고사목 제거는 지난해 9500그루에서 올해 1만5000그루로 껑충 뛰었다.
이들 고사목은 대부분 해발 200m 이하 저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태풍 ‘볼라벤’ 등 올해 제주지역에 3차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소나무 뿌리가 흔들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제주도 고영복 녹지환경과장은 “태풍에 따른 뿌리 흔들림과 염분 피해, 기후온난화에 따른 식생 변화를 소나무 고사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와 함께 고사목 제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다음 달부터 두 달 동안 주요 관광지와 도시 공원, 유적지 소나무의 재선충병 감염을 막기 위해 나무주사를 놓는다. 내년에도 18억3600만 원을 들여 나무주사 50ha, 항공방제 150ha, 솔수염하늘소 등 재선충병 매개충의 서식지 제거사업 200ha, 고사목 제거 1만 그루 등의 사업을 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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