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 주 렁컨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9월 멜버른, 10월 시드니에 이어 3개월 사이에 세 번째다.
외교통상부는 한국인 조모 씨(28)가 25일 0시 30분경 렁컨에서 백인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26일 밝혔다. 20세 안팎인 이들은 조 씨에게 다가와 ‘엄마에게 전화하려 한다’며 전화기를 빌린 뒤 달아나려다 막아서는 조 씨를 둔기와 주먹으로 가격했다.
피투성이가 된 조 씨가 소리를 지르자 두 백인은 인근에 세워둔 차를 타고 달아났다. 지난해 7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조 씨는 이날 집 안에서 휴대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밖으로 나와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조 씨는 인근 병원에서 5바늘을 꿰매는 응급치료를 받고 경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에 응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휴대전화를 노린 단순 폭행 사건인지, 한국인을 겨냥한 계획범죄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며 “현지 경찰에 신속한 수사와 재발 방지를 위해 협조 요청을 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렁컨 일대는 중국인 등 아시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일종의 인종차별 범죄일 가능성도 있다.
조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며 ‘왜 밤늦게 돌아다니느냐’고 핀잔을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조 씨가 경찰에는 사건을 접수시켰지만 대사관에는 신고하지 않아 아직 본인 진술을 듣지 못한 상태”라며 “조 씨가 피해자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자문 변호사를 소개하고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 확인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월 13일 시드니 도심 주택가에서는 한국인 직장인 김모 씨(33)가 정체불명의 청년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9월 멜버른의 한 공원에서도 유학생 장모 씨(33)가 10대의 백인 10여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한쪽 팔이 부러지고 흉기로 새끼손가락이 잘리는 중상을 입었다. 당시 경찰은 ‘당신이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며 장 씨에게 책임을 씌우는 듯한 발언을 하고 미온적인 수사 태도를 보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호주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유학생과 관광객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재 호주에는 약 2만3000명의 한국인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체류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 차별적 인종정책인 ‘백호주의(白濠主義)’가 존재했던 호주에서는 최근 아시아계 외국인을 향한 인종차별 범죄가 연달아 발생했다. 특히 2009년에는 인도 유학생을 대상으로 연쇄 집단폭행이 벌어져 호주-인도 외교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멜버른 등 주요 도시에서 항의시위가 잇따랐고 인도 유학생도 한때 70% 이상 줄어들었다. 올해 4월에도 시드니에서 중국 유학생 2명이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도 호주 당국은 “인종차별이 아닌 단순 폭행 사건”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양국의 비난이 거셌다. 호주 정부는 1995년 ‘인종 증오 금지법’을 제정했지만 기소권을 가진 경찰이 이를 적용한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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