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2시 반경 버스 450여 대가 주차된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은평공영차고지로 중학생 강모 군(15)이 숨어들었다. 목표는 시내버스. 눈여겨봐 둔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돈을 훔칠 계획이었는데 그곳까지 버스를 훔쳐 몰고 가기로 한 것. 손버릇이 나빠 실형을 산 전력도 있다.
잠기지 않은 7025번 시내버스 운전대엔 열쇠가 꽂혀 있었다. 운전이 처음인 강 군은 운전 중 다른 버스와 부딪치자 같은 번호 다른 버스를 다시 훔쳐 탔다. 하지만 차고지를 빠져나온 이후 주행할 땐 게임으로 다진 운전 실력을 발휘했다. 자동변속기 버스라 어렵지 않았다. 강 군은 500여 m 정도 달리다 서울시와 경기 고양시 경계지점의 군경검문소를 발견하고 우회전하다 주차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버스도 버리고 다시 차고지로 걸어간 강 군은 같은 번호의 버스를 훔쳐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집으로 달렸다. 키가 작아 액셀을 밟으며 앞을 보기도 어려웠지만 차가 거의 없는 새벽이라 약 18km를 운전하면서 시속 50km 정도로 달리며 교통사고는 내지 않았고 다른 차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강 군은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버스를 버렸다. 경찰은 버스 내부와 거리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주변 탐문 수사 끝에 22일 강 군을 붙잡았다. 강 군은 “레이싱 게임 할 때와 비슷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강 군을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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