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 &피플]“절대 포기하지마, 선생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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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신문배달-트럭운전 끝에 교사의 꿈 이룬 김창완 씨

제자들 사이에서 ‘꿈과 희망을 전하는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창완 교사(가운데). 너무나힘들었던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는 그는 “앞으로 어려운 제자나 후배를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제자들 사이에서 ‘꿈과 희망을 전하는 선생님’으로 통하는 김창완 교사(가운데). 너무나힘들었던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는 그는 “앞으로 어려운 제자나 후배를 위해 힘닿는 데까지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너무 어렵게 살아 온 제가 가난한 사람을 보고도 무관심하다면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일부를 나누는 것뿐인데…. 쑥스럽네요.”

트럭 운전사 출신으로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이룬 중학교 교사가 가난 때문에 배움을 중단할 처지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해 수년간 장학금을 내놓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인하대 사범대 부속 중학교 김창완 교사(49)는 제자들 사이에서 ‘꿈과 희망을 전하는 선생님’으로 통한다.

그는 수시로 제자들에게 “지금 힘들고 고단한 처지를 절대로 비관하지 말고 일기장에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희망적인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너무나 가난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현재 비슷한 처지의 제자들이 혹시나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북 봉화군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온 가족이 생계를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김 교사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산동네에 여섯 식구가 기거할 판잣집을 겨우 마련했지만 생계가 막막했다. 초등학교에서 육성회비를 내라는 독촉이 심해 돈 벌 궁리를 하다 동생과 ‘달고나’ 장사를 하기도 했다. 고단한 삶이 계속되면서 부모님은 자주 다퉜고, 급기야 별거에 들어가면서 김 교사는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맡겨져 몇 개월을 지내기도 했다.

그 무렵 그는 사촌형이 상업고교를 졸업한 뒤 은행에 취직해 양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수업을 마친 뒤 석간신문을 배달했어요. 하루 148부의 신문을 들고 걷다 뛰다 하다 보면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통증을 느꼈죠.”

실업계 고교 2학년 때 대학 진학의 꿈을 그린 그는 신문배달을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독서실을 찾아 공부를 했다. 대학을 못 가면 죽는다는 각오로 밤을 새워 가며 책과 씨름한 것. 1982년 인하대 화학공학과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55만 원의 입학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친척과 지인들에게 빌려 등록금을 해결했지만 다른 비용은 감당할 수 없어 1학년을 마치고 입대했다.

1985년 8월 육군을 제대한 그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1종 대형운전면허를 땄다. 그리고 2년 동안 전국을 누비며 대형트럭 운전사로 일하며 학비를 모았다.

“핸들을 잡으면서도 복학해 공부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강원 동해시의 산기슭에서 시멘트를 가득 싣고 서울로 가다, 트럭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 쏟아지는 빗속에서 10시간 동안 사투를 벌일 때도 대학에서 공부하는 꿈을 그리며 힘을 냈죠.”

대학 입학 5년 만인 1987년 3월 복학한 그는 학생식당에서 그릇을 닦으며 근로장학생으로, 여름, 겨울 방학에는 다시 트럭 핸들을 잡고 전국을 돌며 돈을 벌어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1990년 3월 인하대 사대부중에서 평생 꿈꾸던 교사가 됐다.

그는 “대학에서 근로장학생으로 뽑아 주지 않았다면 대학 졸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언젠가는 주변에 있는 어려운 후배를 도와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다. 2005년부터 인하대와 자신이 재직 중인 인하대 사대부중에 매년 200만∼3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해 지금까지 2500여만 원을 전달했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김창완#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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