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용산동 상리공원∼서대구나들목 진입도로(1차선·일방통행)는 출근시간대엔 항상 막힌다. 오전 7시만 넘으면 인근 장산로(3차선)에 차량들이 약 1km 가까이 늘어서고, 동쪽 방향 용산영남타운 소방도로(2차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30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이유는 도로 폭이 줄어드는 것도 있지만 양쪽에 꽉 찬 불법 주차 차량 때문이다. 주민 김모 씨(39)는 “가끔 중앙선에 주차한 차량도 있지만 단속은커녕 견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불법 주정차 차량을 견인하는 달서구 차량견인관리소는 지난달 문을 닫았다.
왜 불법 주정차 차량이 방치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견인 과정에서 차량 흠집 등을 이유로 민원이 잇따르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과태료만 부과하고 차량 견인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 지자체들은 주정차 위반으로 연간 평균 4만∼5만여 대를 단속하고 1만여 대를 견인했다. 과태료 부과 차량 가운데 견인되는 비율은 20%가량이었다.
2010년 이후에는 연간 3만8000여 대를 단속하고 단속 수치는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는 견인되는 차량이 거의 없다. 박모 씨(46·달서구 죽전동)는 “지자체들이 과태료만 챙기고 실질적인 교통 소통 노력은 외면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요청이 있어야만 견인하는 대행업체는 경영난에 빠졌다. 업체들은 견인 대행 수수료와 보관료로 운영하는데 지자체의 견인 조치가 없다 보니 수입은 거의 없고 운영비만 들어가는 상태다. 서구견인관리소의 경우 2010년 운영을 시작했을 때는 매달 400∼500대를 견인했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100대에도 못 미쳤다. 10년 이상 오르지 않은 수수료(대당 3만 원)와 보관료(시간당 1000원)만으로는 임차료와 기름값, 차량유지비, 인건비 등 한 달 운영비 1500여만 원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사무원과 차량 운전사, 야간 경비원 등 6명이던 직원은 떠나고 현재 소장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권희 소장은 “보증금 3000만 원은 벌써 사라졌고 매달 수백만 원의 적자만 보고 있다”며 “괜찮았던 사업이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며 씁쓸해했다.
이미 2009년에는 중구와 수성구의 차량견인관리소가 폐업했고 지난해엔 동구와 북구가, 올해 초에는 남구가 문을 닫았다. 서구는 이달 말 계약이 끝난다. 지역 7개 차량견인관리소가 모두 문을 닫는 것이다. 대구시가 1991년 주정차 위반 차량이 늘어나자 견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지 21년 만이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견인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교통 정체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자체들에는 한두 대의 견인차가 있지만 담당 지역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폐쇄회로(CC)TV와 카메라 단속을 통해 주요 도로와 상습 정체구간을 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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