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묻지마 폭행에 묻지마 진단서로 복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피해의사 부상 부풀려 발급… 공무집행 방해로 집유 선고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 이모 씨(34)는 3월 14일 서울 송파구에서 갑자기 벽돌을 휘두르는 괴한에게 맞아 얼굴을 다쳤다. 중상은 아니었지만 범인을 잡아 구속시키고 싶은 마음에 엉뚱한 생각을 품었다. 근무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실제보다 더 심한 부상을 입은 것처럼 진단서를 꾸며달라고 동료 의사에게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는 사건 이틀 뒤 점심시간에 후배 의사가 컴퓨터로 병원 전산 시스템에 접속한 채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가짜 진단서’를 작성했다. ‘코뼈의 개방성 골절’ ‘30분∼1시간의 의식손실을 동반한 뇌진탕’ 등 심각한 내용을 적었다. 향후치료의견란에는 ‘진료비가 2800만 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거짓 기록을 남겼다. 원무과에서는 의심 없이 병원장 직인을 찍어줬다.

경찰은 이 씨가 제출한 진단서를 근거로 용의자 A 씨를 긴급체포해 상해 혐의로 같은 달 19일 구속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심각하지 않은 이 씨의 얼굴 상태를 의심했고 결국 진단서가 가짜임을 알아차렸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이병삼 판사는 불구속 기소된 이 씨에게 사문서 위조 및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가짜 진단서#묻지마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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