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얼핏 약사보살상과 닮아 보이는 머리가 잘려 나간 석상이 하나 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 석상을 언제 누가 왜 만들었는지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이 석상을 가리켜 ‘밥 할머니’라고 부른다.
석상은 높이 1.4m, 둘레 0.85m 정도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팔목과 어깨 등은 매우 풍만하게 표현됐다. 전체적으로는 가는 곡선들이 몸을 휘감고 있으며 왼손에는 약을 담아 두는 약함을 받치고 있다. 석상의 머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에 의해 잘려 나갔다고 한다. 광복 후 마을 주민들이 머리 부분을 새로 만들었지만 매번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생겨 현재는 머리가 없는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석상에 대한 정확한 내력은 전해 오는 것이 없지만 지역에서는 조선시대 지역 만석꾼 문씨 집안으로 시집온 밀양 박씨로 추정하고 있다. 박 씨는 임진왜란 또는 병자호란 때 이 지역에서 여성 의병으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며 주민들에게 밥을 많이 보시했다고 해서 ‘밥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또 박 씨가 행주대첩에 나오는 행주치마 부대의 여성 의병장이라는 설도 있다. 석상은 임진왜란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북한산 노적봉 쪽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시대에 여성의 석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지금도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밥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다.
이 석상은 1992년 통일로 확장공사 때 삼송동 숯돌고개로 잠시 옮겨졌다가 동산동 주민들의 노력으로 2005년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지역 주민들은 밥 할머니 석상을 수호신으로 여기고 매년 밥 할머니를 기리는 유교식 추모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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