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시험성적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공부를 ‘잘한다’고 표현하는 시대는 지났다. 학원, 과외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학교 수업교재와 여유시간, 친구, 자신만의 아이디어 등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 때.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선행학습 없는 바른 교육 만들기 공모전’에서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은 백경현 군(15·서울 효문고 1)과 정하은 양(17·경기 한국애니메이션고 2)은 적극적이고 독창적인 학습법으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자기주도적 인재’다. 두 고교생의 특별한 학습법을 소개한다.》 ○ 백경현 군 “5분 노트로 예·복습하고 매주 시험문제 출제”
중3 때까지 학원에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을 모두 공부하면서 전교생 270여 명 중 30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한 백 군. 하지만 학원수업에 의지하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 고1이 되면서 학원과 완전히 작별했다.
그는 새로운 자기주도학습법을 실천에 옮겼다. ‘5분 노트’와 ‘수요모의고사’가 그것. 이는 백 군이 올해 초 교내 자기주도학습 동아리 ‘집현전’에 가입한 것을 계기로 동아리 구성원들과 함께 실천한 것이기도 했다.
5분 노트 정리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기술·가정 등 모든 과목이 적용 대상. 매시간 수업이 끝나면 자리를 뜨지 않고 5분 동안 그 시간에 배운 내용 중 꼭 기억하고 싶거나 다소 어려웠던 내용을 노트에 기록했다. 그리고 방과 후 집현전의 1학년 회원 네 명이 모두 모여 서로 5분 노트를 돌려봤다.
백 군은 “이 방법을 사용하면 과목별 핵심내용을 빠짐없이 체크할 수 있다”면서 “집중이수제 시행으로 학급마다 배우는 과목과 진도가 다르다 보니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도 미리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일 5분 노트로 공부한 내용은 매주 ‘수요모의고사’를 통해 복습했다. 백 군을 포함한 집현전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5분 노트를 토대로 출제한 국어 영어 수학 문제를 한데 모아 시험지로 제작해 푸는 것. 각 문제를 출제한 사람이 직접 친구들에게 해당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까지 마치면 한 주의 학습이 완성되는 셈이다.
‘내가 선생님이다’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만들다 보니 실제 학교시험에서 거의 비슷한 문제가 나오는 사례도 점점 늘어난다고 말하는 백 군. 그는 “친구들과 힘을 합해 예습과 복습, 평가와 보완의 과정을 매주 반복한 결과 국어와 영어 성적은 모두 1등급을 지킨다”고 말했다.
○ 정하은 양 “안 외워지는 내용? ‘이미지 학습’으로 정복”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것이 목표인 정 양은 자신의 장점인 미술 재능을 활용한 ‘이미지 연계 학습법’으로 전교생 102명 중 5등 이내의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 특히 중3 때까지 60∼70점대에 불과했던 사회, 국사 성적을 고1 때 모든 시험에서 ‘수’로 끌어올렸다.
비결은 바로 ‘컬러 암기법’. 예를 들어 조선시대 왕의 업적을 공부할 경우 태조 태종 세종 성종 등 왕별로 빨강 주황 노랑 초록색을 각각 적용해 그 왕과 관련된 모든 내용은 해당 색깔로 표시하고 암기하는 방식이다. 서로 연관되는 내용이 동일한 색깔로 표시되어 있어 헷갈리지 않고 머릿속에 담기도 쉬운 데다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빨주노초파남보로 순서가 이미 정해져 있는 무지개 색을 이용하면 왕들의 순서를 쉽게 암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양이 추천하는 또 다른 암기 노하우는 ‘그림카드로 영어단어 외우기’. 잘 외워지지 않는 영어단어가 있을 때는 철자나 발음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함께 그려 넣어 단어카드를 만든 뒤 책상에 붙여놓고 자주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망설이다’라는 뜻의 영어단어 ‘hesitate’를 적은 카드 뒷면에는 한 남자(he)가 의자를 앞에 두고 앉기(sit) 여부를 고민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 영어단어 ‘torment(괴롭히다)’를 쓴 카드에는 발음이 비슷한 과일인 토마토(tomato)에 포크가 꽂힌 그림을 그려 넣었다. 정 양의 책상에는 이렇게 만든 영어단어 카드 100여 개가 빼곡히 붙어 있다.
한국적 디자인을 외국에 알리는 그래픽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미술과 영어 공부를 즐긴다는 정 양. 그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목표를 정확히 알고 그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자신만의 학습법을 개발하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공부스타 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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