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체험활동, 방과후 학교 차별화로 학생이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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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농촌 지역 학교 폐교위기 극복 비결

강원 면온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강원 면온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강원 면온초등학교와 전북 당북초등학교. 농어촌 지역에 있는 소규모 학교지만 최근 꾸준히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어촌지역에 저출산 및 고령화로 초등학생이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학교가 점점 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두 학교 역시 다른 시골 학교와 마찬가지로 전교생이 30명 이하로 줄어 폐교 위기에 봉착한 적도 있었다. 두 학교가 위기를 극복한 비결은 무엇일까.

○ 재학생의 83%가 수도권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

면온초는 2001년 전교생 수가 21명까지 줄어들었으나 2005년 42명, 2010년 97명, 올해는 161명으로 늘어났다. 김희억 교장은 “재학생 중 83%가 서울·경기·인천 같은 수도권 지역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면온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원도라는 지리적 특징을 교육과 접목시킬 방안을 모색했다. 면온초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휴양시설인 보광휘닉스파크가 있다. 또 인근에는 양떼목장, 앵무새학교, 허브나라농원 같이 체험활동을 할 만한 지역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학교는 지역의 시설이나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인근에 있는 무의예술관에서는 무료로 도예활동을 지원해줬다. 또 보광휘닉스파크는 면온초 스노보드부 학생들이 무료로 동계훈련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주기로 했다. 겨울방학이면 면온초 전교생이 열흘 정도 스키 교육을 받는데, 학생들은 하루 약 1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다른 학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차별화된 방과 후 프로그램도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면온초에는 학교 안에 골프연습장과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있다. 전교생이 언제든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장비 보관용 개별 사물함이 제공된다. 강사도 수준급이다. 아시아경기 인라인스케이트 권오순 동메달리스트가 기초부터 가르친다.

면온초 4학년 이연주 양(10)은 인천에 있는 초등학교를 1학년까지 다니다가 2학년이 되면서 면온초로 전학을 왔다. 어머니 김선영 씨(40)가 초등학생 자녀가 공부에만 너무 매어있기 보다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하면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무엇보다 아이의 소질을 계발해줄 만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 양은 현재 면온초 스노보드부 선수로 활동 중이다.

○ 차별화된 창의적 체험학습 차별화로 학생 수 증가

전북 당북초등학교 학생들이 승마체험을 하는 모습.
전북 당북초등학교 학생들이 승마체험을 하는 모습.
전북 당북초도 2002년 전교생이 25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다가 입소문을 타고 학생이 꾸준히 늘어났다. 주변이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시골학교’에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을 지금까지 쓸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지만 학생 수는 2009년 65명, 2010명 120명, 현재는 141명으로 늘어났다.

당북초는 폐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학교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은 해답은 ‘창의적 체험활동 특성화’였다.

먼저 학교 안에 환경생태체험 학습장을 조성했다. 연못에는 물고기를, 정원에는 토끼, 오리, 닭, 개 등을 길렀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점심시간이건 쉬는시간이건 방과 후 시간이건 언제든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관찰하고 함께 뛰어놀 수 있다.

또 당북초는 고성능 망원경 3개를 설치해 ‘천체관측체험’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년 가을 가족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1박 2일 캠핑을 즐긴다. 밤이면 캠프파이어를 하고 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아보고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한다. 봄에는 토성, 가을에는 목성을 관측하는데, 두 행성의 고리와 위성까지 직접 볼 수 있을 정도다. 이 외에도 승마 체험, 도자기 체험, 숲 힐링 캠프, 모내기 체험, 해양 체험, 수영 등 수업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창의적 체험활동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예술꽃씨앗학교’로 지정돼 재학생들은 앞으로 4년간 무료로 국악을 배울 수 있게 됐다. 학생들은 일주에 한 번씩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피리, 태평소 등 10가지 국악기 중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배우게 된다.

바로 집 앞에 초등학교를 두고 시내에서 당북초까지 전학시킨 나미화 씨(49)는 “아이가 학교 건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면서 마음껏 뛰놀수 있는 환경이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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