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재선거(다음 달 19일)에 나선 우파의 문용린 후보와 좌파의 이수호 후보가 내놓은 서울교육의 청사진이다. 문 후보는 교사의 자부심을 다시 세워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 하고, 이 후보는 혁신학교를 통해 낡은 교육을 변화시키려 한다.
○ 학교 성격을 둘러싼 줄다리기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65)과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63)은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자마자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와 교육계 원로들이 추대한 문 후보는 서울의 학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교사 학생 학부모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학교를 만들어 학생을 꼼꼼하게 지도하자는 취지다. 또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토론식 수업과 창의 도덕 인성교육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아이들이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초중등 교육의 기본을 지키겠다”며 “이를 위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사가 다시 긍지를 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의 시험을 없애고 진로탐색 과정을 활성화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그러나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특목고와 자율고 정책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부적응 학생과 학교 폭력 가해자·피해자를 따로 교육하는 ‘서울학교 SOS 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좌파가 지원하는 이수호 후보는 혁신학교와 평등한 교육을 내세웠다. 현재 61곳인 서울형 혁신학교를 내년에 추가로 100곳 더 지정하고 가칭 ‘학교혁신지원센터’를 만들어 모든 학교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모든 학교에 1억 원씩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혁신학교는 미래를 위해 서로 평등하게 창의력과 인성을 개발하는 교육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발성, 학부모와의 협력, 민주적 학교운영이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구속수감 중인 곽노현 전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그는 또 무상급식을 유치원과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 2학년까지인 무상급식을 내년에 중학교 전체로 늘리고, 2014년부터는 공립유치원과 고교에서도 실시할 계획. 만 5세부터 18세까지 완전한 무상교육을 위한 중기 과제도 제시했다. 또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 6일 오전 TV토론회가 분수령
후보들은 투표일까지 보름 정도 남았는데 인지도가 오르지 않아 홍보와 유세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유권자의 관심이 온통 대선에 쏠린 결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적게는 40%, 많게는 60%의 유권자가 교육감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선거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후보들이 이번 주부터 홍보를 강화하는 이유다.
문 후보는 3일 오전 성동구 행당중을 방문한 데 이어 오후에는 종로구 동성고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참석했다. 교육에 관심이 큰 학부모를 집중 공략하기 위한 행보다. 앞서 1일에는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6일 TV 토론회에 집중하고 이후에는 본격적인 유세와 홍보전을 펼칠 계획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3일 “대선에 묻혀서 교육감 선거가 큰 이슈가 안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장을 찾아가는 테마별 유세 계획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와 어린이집을 찾아가서 학교폭력과 영·유아 보육, 혁신학교에 대한 의견을 듣는 방식의 유세전을 5일쯤 시작하기로 했다.
후보들은 6일 오전 10시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TV 토론회를 선거전의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후보 5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하는 것이어서 차별성을 드러낼 기회라고 판단한다. 군소 후보들 역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려고 토론회 준비에 열심이다.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66)는 교권과 인권 보장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우며 교권은 법을 통해 지키고, 학생 인권은 유엔 아동의 권리협약에 부응하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최명복 서울시 교육의원(64)은 진실성, 공평성, 선의·우정, 유익성 등 4가지를 교육의 핵심가치로 제시하고 모든 정책을 이 기준에 따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남승희 전 서울시 교육기획관(59)은 학생의 학습·생활 지도를 위해 교원의 잡무를 줄여주는 ‘교원의 업무 정상화’를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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