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루 유해동물 지정’ 조례 놓고 환경단체-농민 정면충돌
환경단체 “피해보상-예방 먼저”… 농민 “개체수 조절 피해 막아야”
제주지역 야생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는 조례를 놓고 환경단체와 농민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노루 때문에 일어나는 농작물 피해를 인정하면서도 농작물 피해보상금, 피해방지 예산의 확대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쪽인 반면 농민들은 노루로 인해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어 유해조수 지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지역 환경 및 동물보호 관련 단체들은 4일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기에 앞서 피해에 대한 보상 확대와 예방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규모는 275농가 13억6200만 원에 이르지만 보상금 지급액은 3억9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농작물 피해 실태를 제대로 조사해 현실적으로 보상하고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시이장단협의회 김종현 회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노루를 무조건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개체 수를 조절해 콩, 배추, 고구마 등의 농작물 피해를 사전에 막기를 원한다”며 “유해조수 지정을 반대하면 5000명 이상의 농민을 동원해 실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제주지역 10개 농민단체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농작물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례를 하루빨리 공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가 10월 입법 예고한 ‘제주도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것이다.
이 조례안은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년마다 노루 서식밀도를 조사해 이를 기초로 제주도지사가 포획할 수 있는 기간과 수렵 방법 등을 정하도록 했다. 조례안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올해는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는 내년 초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조례안 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주지역 야생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먹이 주기, 밀렵 단속, 올가미 수거 등 다양한 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개체 수가 늘었다.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해발 600m 이하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 수는 1만7700여 마리로 나타났다. 100만 m²당 노루의 적정밀도는 8마리로 알려졌지만 제주지역 노루 분포는 해발 500∼600m 45.6마리, 해발 400∼500m 36.7마리 등으로 나타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