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에 대한 제설작업을 인천시설관리공단에 위탁했다는 이유로 제설작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6일 아침 송도주민들이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8시경 해양경찰청 인근의 송도동 더 샵 퍼스트 월드 아파트 앞 도로. 출근을 위해 아파트 단지를 나선 차량들이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파트 앞 도로에서 뒤엉켜 꼼작하지 못했다. 차량 경적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양모 씨(32)는 남동구 만수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려다 미끄러운 아파트 앞 도로(왕복 4∼6차로)에서 20분 이상 시간을 보낸 것을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그는 “5일 오전부터 기상청에서 대설주의보를 알렸는데 인천경제청이 연수구에서 송도로 오가는 송도 1∼3교 등 큰 도로의 제설작업만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이날 센트럴파크, 하버뷰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커넬워크 상가 앞 도로 등이 사실상 제설작업이 안 돼 차량이 거북운행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6일 오전 차를 끌고 나온 이경진 씨(42)는 “컨벤시아대로 등 큰 도로만 제설작업을 했을 뿐 다른 도로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차들이 거북운행을 해야 했다”며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도시가 맞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5일 오후 2시 반경 중국에서 귀국하려던 송영길 인천시장은 기상악화로 칭다오(靑島) 공항으로 회항하자 곧바로 시에 전화를 걸어 행정부시장, 소방안전본부장 등 시 간부 공무원들에게 폭설 피해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제설 및 복구작업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 고위 간부들은 이날 직원들에게 제설작업에 나설 것을 지시하지 않았다. 위탁업무를 준 시설관리공단에 사실상 모든 제설작업을 맡긴 것. 시설관리공단은 5일 직원 25명과 제설차 4대, 굴착기 1대, 살수차 1대를 가동해 염화칼슘 131t과 액상염화칼슘 77t을 뿌리며 송도 관내 교량 및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초동 제설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 인력과 장비로는 현재 개발이 마무리된 24.52km²(약 742만 평) 면적의 송도국제도시 제설작업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인천경제청은 비상상황 시 직원들이 나서 제설작업을 할 수 있는 빗자루와 삽 등 기본 장비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반면 인천의 일선 구청은 5일 전체 공무원의 50%가 빗자루 삽 등을 들고 거리로 나서 긴급 제설작업에 나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민선 구청장들이 직접 제설작업을 지휘한 것.
송도국제도시의 제설 및 복구작업이 부실한 것은 투자 유치와 개발사업에 치중하는 인천경제청의 업무 특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경제청은 장비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도로, 하수도, 생활폐기물, 옥외광고물, 녹지 관리 등 5대 업무를 연수구로 이전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6일 뒤늦게 “폭설에 대비해 추가 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만일의 사태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빗자루 삽 등 장비도 구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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