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절도 피의자 A 씨(43·여)의 얼굴 사진을 검사와 검찰 수사관 등 24명이 열람한 사건에 대해 검경이 협력 수사를 하기로 6일 합의했다. 경찰이 해당 검사들을 소환하고 불응하는 과정에서 검경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검경이 수사 협의회를 열어 합의를 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가 사진을 열람한 검사 10명, 수사관 10명, 실무관 4명 등 24명의 명단을 검찰에 주고, 검찰은 일주일 내로 유포 용의자를 압축한 뒤 증거자료와 함께 경찰에 넘기기로 했다. 통상적인 수사라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강제로 해당 자료를 확보하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에 자체 조사를 통해 증거자료를 제공할 기회를 준 셈이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24명의 사무실 PC 로그기록 등 증거자료도 검찰에 목록을 보내 받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협의회에서 “철저히 조사한 뒤 유포 용의자가 나오면 검사든 수사관이든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할 것으로 본다”며 “검찰의 감찰조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면 일주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권을 놓고 그동안 수차례 갈등을 빚어온 양 기관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협력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검찰에 내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자체 조사 과정에서 조직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발견되면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대검이 열람자 24명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는 동안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진을 전달받은 사람들을 조사해 사진 유포의 진원지를 역추적하는 등 별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검에서 보내준 자료가 부실하거나 유출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출석에 2, 3회 불응하면 강제수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열람자들은 A 씨가 대형마트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은 서울동부지검을 포함해 의정부지검 4명, 서울남부지검과 인천지검 부천지청 각 2명, 서울서부지검 1명 등 10여 곳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성추문 사건 보도가 나간 지난달 22일과 이후 A 씨 사진을 열람한 것을 확인하고 수사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조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사진을 열람한 전자수사자료표(E-CRIS) 시스템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지문을 채취해 본인을 확인하고 피의자 인적사항, 죄명 등 수사 및 범죄 경력을 기재하는 데 쓰는 정부 전산망이다. 수사 목적이 아닌 사적인 이유로 접속할 경우 자체 징계를 받게 된다. 처벌 범위를 놓고 갈등 소지도 남았다. 경찰은 24명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보지만 검찰은 열람만으로는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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