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A 씨(35)는 7세, 9세 두 아들을 키우면서 유아용품에 관심이 많아졌다. 자녀들에게 입힐 아동복을 사려고 인터넷 공동구매 카페를 자주 이용하던 A 씨는 2008년부터 자신이 고른 아동복을 직접 팔기 시작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A 씨는 이때부터 ‘사업가’로 변신했다. 남다른 안목으로 고른 아동복이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며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매출을 올렸다. 회사원인 남편보다 더 많이 벌 때도 있었다.
그러나 A 씨가 가입한 공동구매 카페가 유명해지면서 판매자가 몰리자 경쟁이 치열해졌고, 매출이 떨어졌다. 고민 끝에 A 씨는 2009년부터 다른 물품도 팔기 시작했다. A 씨가 ‘전략 상품’으로 선택한 것은 동대문시장에서 흔히 파는 중국산 ‘짝퉁 명품’이었다.
A 씨는 아동복을 사러 인터넷 카페에 접속하는 사람이 대부분 주부고, 주부들은 명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노렸다. 가방은 20만∼30만 원,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는 4만∼5만 원만 받았다. 정품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A 씨의 전략은 딱 들어맞았다. 아동복을 사러 인터넷 카페에 접속한 주부들은 A 씨가 올려놓은 짝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감이 생긴 A 씨는 다른 인터넷 공동구매 카페 3곳에도 공동구매 게시판을 만들어 총 4곳에서 판매했다. 물품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지자 아예 집 근처 빌라까지 빌려 ‘짝퉁 창고’로 운영했다. 카페의 총 회원수는 8만 명에 달했다.
A 씨가 이렇게 3년간 판 짝퉁은 총 2만 점. 정품 시가는 150억 원에 달했다. A 씨는 총 13억 원의 매출액 가운데 2억 원을 순이익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첩보를 입수하고 4개월간 내사를 진행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이 지난달 A 씨의 창고를 덮치고 보관 중이던 짝퉁 2000점을 압수하면서 A 씨의 사업은 막을 내렸다.
경기 수원에서 여성용 보세의류매장을 운영하던 B 씨(40)도 짝퉁 명품 600점(정품 시가 약 12억 원)을 판매하다가 지난달 서울본부세관 단속에 적발됐다. B 씨는 올해 4월에도 같은 혐의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매출이 늘지 않자 다시 한 번 짝퉁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A 씨와 B 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본부세관 관계자는 “가정주부와 골목상인도 경기침체를 못 이기고 짝퉁을 팔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A 씨와 B 씨에게 짝퉁을 공급한 밀수업자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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