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 설정비 반환 패소… 은행권 “예상했던 판결” 시민단체 “이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7일 03시 00분


■ 법원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

서울중앙지법이 6일 고객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시중은행이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금융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법정공방은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법원 “설정비 선택권은 ‘개별약정’”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소송의 핵심은 고객들에게 근저당권 설정비를 분담하도록 한 약관의 불공정성 여부다. 기존 약관은 고객들이 담보대출을 받을 때 근저당권 설정비를 은행과 나눠 분담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 이런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들은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존 약관은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이후 소비자단체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옛 표준약관은 무효이므로 은행들이 그동안 고객들에게 부담시킨 근저당권 설정비를 되돌려줘야 한다”며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판결이 난 소송 이외에도 소비자단체들은 5만 명 이상이 참여한 다양한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판결문에서 “관련 약관은 비용을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개별약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약정이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불공정한 법률행위라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고객이 설정비를 내고 더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지, 혹은 설정비를 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지 선택한 것은 고객과 은행 간에 이루어진 일종의 계약에 해당하는데 이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법원은 고객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담한 경우 그 대가로 저렴한 대출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율 등의 혜택을 본 점을 인정했다. 또 이번 사건 원고(대출자) 측에게 반환청구권을 인정하면 은행의 설정비용 부담을 조건으로 대출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율 혜택을 보지 못한 고객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권 ‘안도’ vs 시민단체 ‘이해 안 돼’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법원의 결정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수백억 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배상금을 물어내는 것도 문제지만 금융권 불신이라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김평섭 은행연합회 여신제도부장은 “법원에서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주셨다고 본다. 소송이 남아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남아있는 소송들에 대비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성급하게 소송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자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최근 부천지원이 한 신용협동조합이 피고인 비슷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먼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믿어 왔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대표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것을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항소하겠다”며 “파장과 규모가 큰 소송이므로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이미 예상했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지금껏 5번에 걸쳐 집단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도 원고단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근저당권#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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