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군은 ‘군수 잔혹사’로 불릴 만하다. 화순에서는 지난 10년간 군수 3명이 임기 중 구속돼 낙마했다. 임호경 전 군수가 2002년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 중도 하차하면서 불명예의 씨앗이 뿌려졌다. 2004년 보궐선거에서 임 전 군수의 부인 이영남 씨가 군수에 당선돼 ‘부부 군수’가 탄생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전형준 전 군수가 이 전 군수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그 역시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그 뒤 열린 보궐선거에서는 동생인 전완준 전 군수가 당선돼 ‘형제 군수’ 시대를 열었다. 전완준 전 군수는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임호경 전 군수에게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잃어 지난해 재선거가 치러졌다.
‘불명예의 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재선거에서 당선된 홍이식 군수가 6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민선 5기 동안 군수 4명이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홍 군수는 1년 전 취임하면서 “형제 군수, 부부 군수라는 불행한 화순의 정치사를 종식시키겠다”라고 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됐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화순군은 고소 고발이 잇따랐고 형제와 부부가 동원된 집안 간 반목과 갈등이 이어졌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불신은 커져만 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들에게 돌아갔다. 2002년 이후 6차례, 2년 가까이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가 반복되면서 화순군 행정은 정체를 면치 못했다.
홍 군수 구속 다음 날인 7일 화순군청은 하루 종일 술렁였다.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또다시 몰려올 후폭풍에 노심초사했다. 홍 군수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9번째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또 선거 회오리가 몰아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민심도 흉흉했다. 주민들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라고 했다. 한 주민은 “도대체 선거를 몇 번이나 치러야 하느냐”라며 “차라리 관선시대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년 전만 해도 화순은 광주의 그늘에 가린 ‘베드타운’ 정도로 인식됐다. 화순은 신(新)성장동력으로 생명의학산업에 눈을 돌렸고 ‘백신특구’로 지정되는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치 수준은 지역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화순(和順)’이라는 지명처럼 평화롭고 안정된 고장이 되길 바라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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