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향토음식을 연구하는 재일교포 3세인 강가자 씨(30·여)는 지난해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지역음식 메뉴를 개발하다 자연환경과 인심에 반해 그대로 눌러앉았다. 일본 장수건강식으로 알려진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 요리 전문가로 음양 조화를 위해 채소의 껍질, 잎, 뿌리까지 모두 요리에 활용한다. 귤껍질, 당근 잎, 더덕 잎, 해조류 등으로 제주 냄새가 물씬 나는 요리를 만들고 있다. 전통 등공예 연구가로 서울이 고향인 윤성재 씨(33)는 제주에 내려와 생활하다 강 씨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이 부부는 제주를 새로운 고향으로 삼았다.
강 씨 부부처럼 제주에 정착하는 ‘제주 이민자’가 크게 늘었다. 제주도는 1월부터 11월 말까지 제주로 전입한 인구는 2만3415명으로 타 시도로 떠난 전출 인구 1만8757명보다 4658명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제주도 전체 인구는 지난달 말 현재 58만3293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0.8% 증가했다. 인구 증가율은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세종시, 인천시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순인구이동은 2010년을 기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0년 437명, 지난해 2342명이다. 읍면동별로는 시가지에 인접한 농촌지역인 제주시 애월읍이 가장 많았고 도시개발사업이 한창인 제주시 노형동도 인구가 늘었다.
제주지역 순인구이동이 증가한 것은 고향을 떠났다가 귀향하거나 청정 환경을 찾아 이주하는 도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주의 생태관광을 선도하는 제주올레의 등장으로 게스트하우스, 커피숍 등을 운영하기 위해 육지에서 내려오는 사례도 많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들어선 국제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따라서 제주로 주소를 이전한 부모도 많아졌다.
제주도 김진석 자치행정과장은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제주의 언어와 독특한 풍습 때문에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며 “서로 어울리며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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