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복면 쓴 강도가 갑자기 “외삼촌…”

10년만에 나타난 30대 조카 “생활비 없어서…” 용서구해

“저예요. 제가 잘못했어요.”

7일 오후 6시경 경남 거제시 동부면 가배리의 한 주택. 조금 전까지 검은 복면을 쓰고 돈을 빼앗던 강도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청테이프로 손발이 꽁꽁 묶여있던 A 씨(65)와 부인 B 씨(64)는 복면을 벗은 강도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강도는 10년 전 연락이 끊긴 조카 이모 씨(39)였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8일 외삼촌 A 씨가 양식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들고 침입해 금품을 빼앗으려 한 혐의(특수강도)로 이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강도가 집 내부를 훤히 아는 듯 행동하는 게 이상했지만 설마 조카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0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일용직을 하며 찜질방을 전전하다 A 씨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날이 추워지고 생활비도 없어 범행을 계획했지만 통장을 가지고 나오려다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용서를 구했다”고 말했다.

거제경찰서는 이 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외삼촌 A 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외숙모 B 씨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거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