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입찰 특혜준 교수가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0일 03시 00분


환경공단 설계심의위원… 1심서 공무원 간주 “수뢰죄”
2심은 “공무원 아니다” 무죄

한국환경공단 설계자문위원회 내 설계심의분과위원을 맡고 있던 지방대 김모 교수(52)는 지난해 2월 공단에서 발주한 폐수처리시설 설치 공사에 입찰한 A 업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았다. 그 사실이 드러나 김 교수는 올해 7월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과 추징금 각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런 김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의위원’이 설계자문위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어 공무원에게 해당되는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형법상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돈을 받으면 뇌물수수죄에 해당되고,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업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과 돈을 받으면 배임수재죄에 해당된다.

정부는 대형공사 입찰 비리를 엄단하기 위해 채점 과정에 참여한 교수들이 부정한 돈을 받을 경우 뇌물수수죄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2009년 건설관리기본법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심사를 한 교수를 공무원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환경공단이 김 교수를 자문위원회 산하 심의분과위원으로 위촉했는데, 결국 ‘심의위원’이 공무원인지를 놓고 1심과 2심의 판단이 달랐던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한양석)는 “김 씨가 설계심의분과위원으로 위촉됐을 뿐, 설계자문위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을 공무원으로 간주한다는 별도 조항이 없어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문위원을 공무원으로 보고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한 것은 입찰 심사를 진행하는 교수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엄벌하려는 뜻이 담긴 것인데, 항소심 재판부는 평가에 참여했던 김 교수가 심의위원이었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본질을 외면한 채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방침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환경환경공단#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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