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 ‘청소년을 위한 멘토’ 작곡가 윤일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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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1일 03시 00분


가장 열정적이던 ‘나’와 경쟁하세요

경기 경화여고 2학년 임지원 양(왼쪽)은 작곡가 윤일상 씨를 만났다. 윤 씨는 “나 스스로와 경쟁하라”고 말했다.
경기 경화여고 2학년 임지원 양(왼쪽)은 작곡가 윤일상 씨를 만났다. 윤 씨는 “나 스스로와 경쟁하라”고 말했다.
‘머피의 법칙’(DJ DOC), ‘운명’(쿨), ‘회상’(터보), ‘예감’(젝스키스), ‘보고 싶다’(김범수), ‘애인 있어요’(이은미)….

모두 윤일상 작곡가(38)가 만들어 대히트를 한 가요다. 21년간 700곡이 넘는 노래를 만들고 최근에는 후배 가수를 키우는 프로듀서로까지 지평을 확장한 윤 씨.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를 ‘음악계의 멘토’에서 나아가 ‘대중의 멘토’로 자리하게 만들었다.

작곡과 편곡을 배우고 싶다는 경기 경화여고 2학년 임지원 양(17)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최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한림예고에서 윤 씨를 만났다.

○ 꿈을 위해 몇 시간 투자하세요?

네 살 때 처음 피아노를 만나 일곱 살에 연주곡을 만들고 열 살 때 노랫말이 있는 음악을 만들기 시작해 열아홉 살에 정식 작곡가로 데뷔한 윤 씨. 언뜻 모차르트 같은 ‘음악천재’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지금도 평균 수면시간은 하루 3∼4시간”이라고 말한다. ‘천재’의 모습 뒤에 지독한 ‘연습벌레’가 숨어 있는 것.

윤 씨의 취미는 ‘음악’, 직업도 ‘음악’이다. 음악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멈추지 않는다. 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바로 컴퓨터를 켜고 편곡을 시작한다. 작곡이 잘 안 풀리면 편곡을 하고, 편곡이 잘 안 풀리면 작곡을 한다. 스트레스가 쌓일 때 그림을 그리거나 철학, 역사책을 읽고 사진을 찍는 것도 모두 작곡에 새로운 영감을 받기 위함이다.

“꿈을 위해 하루에 몇 시간을 투자하나요? 8시간? 10시간? 숫자로 대답할 수 있다면 그건 스스로 열심히 살지 않고 있다는 증거예요. 하루의 모든 시간을 오로지 꿈을 향한 일에 쏟아야 해요.”(윤 씨)

○ 나는 여전히 스무 살이다

1990년대 중반, 윤 씨는 그룹 DJ DOC ‘미녀와 야수’ ‘겨울이야기’ 등을 히트시키며 댄스음악의 일인자로 자리매김 한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더 큰 꿈에 도전하며 미국 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인 감성으로 ‘팝스러운’ 음악을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음을 절감한 윤 씨. 그 과정을 통해 한국인만이 잘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결과 탄생한 노래가 영턱스클럽의 ‘정’. 우리나라 최초로 트로트에 댄스 비트를 섞어 만든 음악이었다. 실제 이 노래는 트로트가 가미됐다는 이유로 가요기획사 4, 5곳에서 외면 받았다. 하지만 결국 이 노래는 가요계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끊임없는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임 양이 묻자 “스무 살의 나 자신에게 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라는 윤 씨의 대답이 돌아왔다.

윤 씨가 고교를 졸업한 19세 때 그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열망에 한 스튜디오를 무작정 찾아가 청소부터 시작했다. 당시 개국한 SBS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윤 씨는 “가진 장비라곤 신시사이저 한 대뿐이었지만 ‘너무 힘들어’가 아니라 ‘나한테 남은 건 이제 희망뿐’이라고 생각하며 치열하게 음악을 만들었다”면서 “가장 절박했던 때 내가 지녔던 열정에 절대로 뒤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는다”고 말했다.

○ ‘지금’을 놓치지 말라

윤 씨는 고2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교내 상위 1%에 들 정도로 뛰어났다. 공부도 음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게 윤 씨의 설명. 특히 국사와 영어는 1학년 때 미리 3학년 과정까지 끝마칠 만큼 좋아했다. 역사의 흐름을 음악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영어 소설과 시를 원문으로 읽으면서 감수성을 키웠다. 고3 때는 철학가 니체에 심취해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했다.

윤 씨는 “이런 모든 경험이 지금 음악을 만드는 데 커다란 감성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했다.

“42.195km를 뛰는 마라톤에 인생을 비유한다면 전 아직 첫 5km 구간을 달린다고 생각해요. 고교생 여러분은 아직 출발선상에 서지도 못했을 수 있어요.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쌓으면서 열정을 발산할 대상을 찾아야 해요.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다해보세요.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답니다.”(윤 씨)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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