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집트 여고생 고려대 영문과 합격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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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한국어 배우려 드라마-K팝 즐겨”

수시전형을 통해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한 쉐리윗 히삼 양(가운데)이 가좌고 교사들에게서 대학입학을 축하하는 격려를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 가좌고 제공
수시전형을 통해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한 쉐리윗 히삼 양(가운데)이 가좌고 교사들에게서 대학입학을 축하하는 격려를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 가좌고 제공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멋진 영어교사가 되고 싶어요.”

한국어를 전혀 모른 채 2년 전 한국에 온 이집트 출신의 여고생이 수시전형을 통해 고려대 영어영문학과(외국인 특별전형)에 합격해 화제다. 주인공은 인천 가좌고(교장 서수원) 3학년에 재학 중인 쉐리윗 히삼(19) 양. 가좌고는 외국에서 살던 학생이 중간에 한국고교로 전학을 와 한국의 대학에 입학한 첫 사례라고 11일 밝혔다.

2010년 중고 자동차를 중동 국가에 수출하는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한국에 처음 온 히삼 양은 한국어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의 부모는 외국인 학교에 다닐 것을 권고했지만 히삼 양은 “그러면 언제 한국을 배우느냐”며 일반 고교를 고집했다. 그 뒤 히삼 양과 부모는 수소문 끝에 2009년부터 한국어학당을 운영하는 다문화 예비학교인 가좌고를 선택했다.

2010년 4월 가좌고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밖에 말하지 못했던 히삼 양은 박향경 백미성 교사의 꼼꼼한 지도와 외국인 학생을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는 같은 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부족했던 한국어 실력이 갈수록 향상됐다.

히삼 양은 “가좌고에 입학해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신 내용을 도서관에 예습 복습했고 한국어 구사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반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을 즐겨 보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0년간 살았던 히삼 양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자연스럽게 배워 한국어와 프랑스어 아랍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가좌고 황범주 교감은 “히삼 양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본인의 노력과 교사들의 헌신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가좌고에는 다문화가정 학생뿐 아니라 히삼 양처럼 모두 8명의 중도입국 학생이 있다. 요즘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히삼 양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쉽게 배울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하얀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의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영어교사#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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