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 관계인 변호사에게서 벤츠 승용차와 법인카드를 받고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청탁한 일명 ‘벤츠 여검사’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해당 전직 여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형천)는 13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전 검사(3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검사는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추징금 4462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검사는 2010년 9월 내연 관계이던 최모 변호사(49)가 동업자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임관 동기인 창원지검 모 검사에게 청탁을 한 대가로 같은 해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벤츠 승용차 리스대금과 법인카드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고소 사건을 청탁받은 시점은 2010년 9월 초순인 반면, 벤츠 승용차를 받은 시점은 2008년 2월로 청탁 대가로 승용차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정표를 요구해 사랑의 정표로 벤츠 승용차를 받은 것 같다”며 “신용카드 역시 청탁 시점 4개월 전에 받은 것을 보면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 방법으로 사용했지 대가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가급적 빨리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건 것도 내연 관계이던 최 변호사를 위한 것이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전 검사는 1심 판결 직후 “최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기억이 없다. 설사 청탁을 받았어도 벤츠와 신용카드는 연인이던 최 변호사가 사랑의 정표로 제공해 보관하고 관리한 것일 뿐 알선 대가는 아니다”며 항소했다.
지인의 소개로 최 변호사를 만난 이 전 검사는 내연 관계가 시작된 2007년부터 최 변호사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이날 항소심에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검사는 2007년 초 최 변호사로부터 부산 동래구의 40평형짜리 전세 아파트를 제공받았다. 같은 해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살았던 해운대의 아파트도 역시 최 변호사가 비용을 댔다. 이 아파트는 바닷가 쪽으로 전망이 좋아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검사는 2007년 10월 3000만 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와 2650만 원짜리 카르티에 시계도 최 변호사에게서 선물로 받았다. 같은 해 12월 크리스마스 선물로 1200만 원짜리 모피 롱코트를, 이듬해 1월에는 450만 원짜리 모피반 코트를 받았으며, 379만 원짜리 샤넬 핸드백(2009년 4월), 600만 원가량인 골프채(2009년 5월)도 선물 받았다.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에게 자주 현금을 송금받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공판 과정에서 “한 달에 100만 원이나 300만 원 정도 건넸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용카드와 법인카드를 이 전 검사에게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부산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원 판결은 반드시 청탁을 한 시점에 대가를 줘야만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라며 “너무 좁은 의미로만 해석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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