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노숙인, 의료급여 받으려면 자활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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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근로땐 4대 보험 자동가입
의료수급 대상서 제외돼… 4921명 중 321명만 혜택

이새샘 사회부 기자
이새샘 사회부 기자
올해 6월 노숙인 의료급여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주거가 확실치 않아 의료비 지원에서 소외됐던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에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모든 진료 및 치료를 무료로 해주는 제도입니다.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려면 소득이 최저생계비인 월 55만3354원 이하(1인 가구 기준)여야 합니다. 노숙인 관련 시설에서 지속적으로 3개월 이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하죠. 또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한 상태여야 합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숙인 의료급여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전국에서 321명에 불과합니다. 전국 노숙인이 올해 6월 기준 4921명이니 수급률이 6.5%에 그치는 셈이죠.

이처럼 수급률이 낮은 이유는 노숙인 의료급여제도가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공공근로제도와 서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공공근로에 참여하면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자동 가입됩니다. 공공근로 급여는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월평균 50만 원 수준이어서 여전히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이 되지만 건강보험 가입자가 됐다는 이유로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에서는 제외됩니다. 노숙인을 위한 공공근로제도가 결과적으로 노숙인들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한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거지요.

실제로 서울시가 자활시설 및 일시보호시설 입소 노숙인 17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숙인 의료급여 대상에서 제외된 1393명 중 절반이 넘는 706명이 건강보험 가입자라는 이유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급률이 낮은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노숙인 의료급여증에는 ‘노숙인 1종’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어차피 병원은 진료를 받으러 올 때 해당 사실을 아는데 왜 이런 표기가 필요할까요. 자신의 처지가 어떻든 사람은 누구나 자존심이 있습니다. 한 노숙인 자활시설 관계자는 “의료급여를 받는 노숙인들 중에는 수치심 때문에 급여증을 반납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지원 대상자들과 마찬가지로 ‘의료급여 1종’ ‘2종’ 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생각지 못한 결점이 발견됐을 때는 그때그때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죠. 추운 겨울 조금 더 세심하게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노숙인#의료급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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